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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un 02. 2022

잭슨 폴록 :그는 정말 행운의 사나이 일까?


피카소만큼 논란의 대상인 화가가 잭슨 폴록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의 그림을 보면 "이게 그림이야? 이렇게 그리는 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 논란 덕분에 어찌 되었든 그의 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잘 나가는 유명 연예인이 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것처럼, 화가가  자신의 그림으로 유명해지는 것도 그 정도의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 아무리 열정과 재능이 있어도 자신의 생계도 유지하지 못할 만큼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삶이니까. 그런 면에서 잭슨 폴록의 예술성은 둘째 치고라도, 그는 분명히 행운의 사나이였다. 그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평론가, 클렌멘트 그린버그의 눈에 띄어 그의 미술평론지에 대서 득필이 되고 그 이후로 그의 그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른다. 물론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사실 놀란이 되면 될수록 그의 유명세는 하늘을 찌르게 된다.

 

오래전 대형 미술관이나  미술 큐레이터들의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현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마치 무명의 여배우가 재벌의 스폰을 받고 유명 드라마의 주연이 되듯이, 현대미술도 그랬다. 대형 미술관에서 무명의 예술가를 작품을 계약하고 전시하고 홍보하면,  그 작가의 작품의 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른다. 그러면 미술관에서 50% 이상의 임대료나 수수료를 작가로부터 챙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큐레이터들이 이 자신의 말을 잘 듣는 무명 예술가는 찾아내고, 그를 스타 예술가를 만든 후 돈을 챙긴다는 것이었다. 그 책을 읽고 예술도 돈으로 움직이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참 씁쓸했던 적이 있다.






잭슨 폴록도 약간 그 부류에 들어간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과연 그에게 정말 행운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원래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돈과 명예를 가지면서 더 문란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나무를 들이받아서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한다. 그러나 과거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었던 것을 알았던 주변 사람들은 무의식적 자살행위가 아녔나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것이 자살충동이었든 사고였든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그에게 닥친 불행이었다.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면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는 혼동, 혼란,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느껴진다. 캔버스를 세워놓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바닥에 큰 천을 깔아놓고 물감을 흩뿌리리는 드리프팅이라는 분야를 만들어 내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보다는 마치 유아들이 물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모습에 더 가깝기도 하다. ( 이 실험적인 행위가 아마 그를 위대하게 만든 것 같다.) 잭슨 폴락 스스로는 그 물감들 하나하나 질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그의 그림에서 질서를 찾기는 힘들다. 아마도 그는 어떤 식으로든 질서와 목적을 찾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그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5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친부모 모두 갑자기 사망함으로 이웃집에 입양이 된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이었던 양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난 후 홀로 남은 양엄마와 형제들은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반항과 폭력적인 행동으로 학교에서 여러 번 쫓겨나고 이후에 알코올 중독 우울증을 심하게 앓게 된다.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심리치료를 받을 만큼 자살충동과 우울증이 심했던 그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심경이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다.





미술치료사의 입장에서 그의 그림을 본다면, 그는 분명히 남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에너지의 소유자이자 자아를 가진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의 작품 사이즈나 스타일에서 그의 엄청난 자아와 에너지가 드러난다. 소심하고 겁 많고 에너지 레벨이 낮은 사람들에겐 이런 큰 캔버스에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페인트 물감의 그림을 그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작은 종이에 잘 깍아진 연필이 안정감을 준다. 이렇게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천을 바닥에 깔아놓고 빽빽하게 페인트를 들이부은 그는 자아가 무척 강하고 열정이 많은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런 그의 자아와 에너지가 자신의 불안전한 환경과 충돌함으로 더 큰 혼동과 혼란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표현함으로 자신 내면의 질서와  안정을 찾기를 바랐던 것 같다. 어린 시절처럼 남을 공격하거나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행동 대신 물감을 힘차게 흩뿌리면서 에너지를 발산함으로 나름의 긍정적인 자기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그의 작품의 예술성이나 현대적 해석을 떠나서, 그의 그림은 행위로써의 예술이 치료적 역할을 많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미술치료에서도 결과로써의 그림을 판단하는 것보다 분석과 진단의 역할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더 많이 강조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정해논 스케치북 안에다 그려야 하고 사물을 보이는 데로 예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과 편견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특히 많은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기가 만들어놓은 세상에 갇혀서 꼼짝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세상의 틀을 부수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데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만으로 해방감을 주고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캔버스가 환자들에게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행위로써의 미술치료로 큰 의미가 있다.




모든 예술가들이 바라는 세상의 관심과 명예와 부를 가졌던 잭슨 폴락은 분명 행운의 사나이 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어린 시절 친부모를  한 번에 여의고, 방황하는 그의 마음을  붙잡아 줄 사람 하나 없었던 불운의 사나이기도 한 것 같다. 그의 불행한 어린 시절이 그의 작품을 탄생하게 했으니  불행이 아닌 걸까 싶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예술가가 안되어도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평범한 인생을 그는 바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의 인생은 불행했던 것만큼 행운이 따라준 것 같기도 하고 행운이  있었던 만큼 불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공평하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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