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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ul 21. 2022

세상으로 나온 우영우와 영희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다운증후군 영희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가 화제이다.  마치 장애인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한국사회에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드물었던데다가 또 장애우가  직접 연기한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대학교를 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장애우를 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당시 한국사회에서 장애우를 데리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수군거림과 따가운 시선뿐만 아니라 20-30여 년 전 한국은 장애우가 살기 매우 불편한 사회였다. 버스나 지하철에 장애우의 휠체어를 태울 수도 없었고 어딜 가도 끝도 없는 계단에 장애차량이 주차할 마땅한 공간도 없었다.  공용 화장실도 장애인을 배려한 그 어떤 시설도 없었다. 그러니 장애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온통 도전해야 할 장애물 뿐이었다. 장애우 당사자나 가족들은 밖으로 나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랬던 것이 장애우를 위한 시설이었다. 2층 이상 되는 건물엔 무조건 휠체어를 싫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건물 화장실엔 무조건 장애인 전용이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의  화장실이 있었다.  마켓, 학교, 쇼핑몰에서  가장 좋은 주차 자리는 당연히 장애우 전용이었고 일반 버스나 학교 버스엔 휠체어를 옮길 수 있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 일부러 차를 타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리거나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히 공공장소에서 장애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애우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였다. 그 아무도 장애우를 위한 편의시설이나 배려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속 우영우나 영희의 출현은 한국이 성숙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 같아 무척 반갑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 가까이에 있는 장애우들이 우영우나 영희처럼 순하지도 천부적인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을 확률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영우나 영희처럼 함께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장애우만을 기대하고 상상할까 봐 사실 우려도 되었다.


아동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그래서 한때 나는 특수교육 교사가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교 때 장애우 시설이나 장애 어린이집에서 봉사를 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쭉 장애우 기관에서 틈나는 대로 봉사를 하고 있다.  그곳에선 몸이 불편한 신체 장애우들도 있었지만 자폐나 인지기능 장애와 같은 발달 장애와 복합 장애우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시설이나 기관에 있는 장애우들은 생각보다 심각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혼자 입고 벗고 밥 먹고 화장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부모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한두 마디 하는 게 전부인  장애우도 있다. 더 나아가 뭔가 자신이 불편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자해를 하거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장애우들도 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봉사자들이 참 애를 먹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런 경험이 있는 나에게 혼자 스스로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해서 변호사가 된 우영우의 이야기나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영희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판타지속 이야기 같았다. 아마도 장애우를 가진 가족들에겐 장애우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할 것 같았다. 사실 현실에서 찾기 힘든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나도 한 아이가 생각났다. 만으로 15살 된 남학생은 자폐스펙트럼이 있었다. 대화는 하기 힘들었지만 인지능력이나 단어 수준은 그래도 한 만 5-6 살 수준이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함께 있기가 힘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스파게티가 메뉴로 나왔고 음식을 서빙하던 봉사자들은 대부분 그렇듯 파스타 면에 소스를 부어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받은 아이가 갑자기 불편을 표시하면서 난동을 부렸다. 알고 봤더니 그 학생은 파스타는 너무 좋아하지만 면과 소스를 따로 덜어줘야 했던 것이다. (우영우가 김밥만 먹는 것 처럼 자폐아동들 중에서 특정음식만 선호하고 특정 스타일이나 순서데로만 먹으려고 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음식이 모두 동이 나버려 학생이 원하는 데로 다시 만들어 줄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너무 순하던 학생이 식당에서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식탁에 박으며 난동을 부렸다. 그 어떤 장난감이나 유혹에도 도무지  그 학생을 식당에서 끌고 나올 수 없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그 학생이 크레용 겉에 쌓여있는 종이 껍질을 까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크레용이 보이면 보이는 족족 다 종이 껍질을 벗겨 놀 것이라는 가족이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크레용은 눈에 보이는데 두지 말아 달라는 가족의 부탁이 번뜻 생각이 나서 크레용으로 학생을 유혹해 식당에서 나온 기억이 있다.


아마 장애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무척 당황할 것이다. 사실 드라마 우영우에서 말했듯 발달장애의 종류와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비슷한 진단을 받아도 아이에 따라 인지 능력에 따라 아이의 모습을 너무나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주변에 있는 보호자와 봉사자들은 정말 세심한 관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절대로 누군가의 전적인 책임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조금씩 짐을 나누어 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면서 장애우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우영우와 영희가 방송과 미디어에서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회가 우리와는 다른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워 같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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