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OCN 프로 중에 "경이로운 소문"이라는 드라마를 했었다. 드라마의 스토리는 악귀들을 잡아다가 저승으로 소환시키는 네 명의 카운터들의 이야기였다. 드라마에선 살인의 횟수와 정도에 따라 악귀가 4단계로 나눠지고 살인을 점점 많이 하면 할수록 악귀의 힘이 세어지는 내용이였다.
마치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악귀같은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넷플릭스에서 " Night Stalker" (나이트 스토커)라는 다큐로 만들어졌다. 1980년대 연쇄살인마 리차드 라미즈, Richard Ramirez이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40건이 넘는 강도, 살인, 성폭행을 하고 13명의 살인을 저지른다. 그것도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라, LA의 조용한 동네의 가정집을 들어가 남편을 총이나 망치로 죽이고 아이들과 아내들은 성폭행을 하고 무참히 죽여버린다. ( 다큐이지만 18세 이상 관람가였다. 내용이 너무 참혹했기 때문에.) 모두들 자는 밤에 집으로 느닷없이 찾아온다고 붙은 별명이 "나이트 스토거" 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자신의 집 침대 위나 거실에서 무참히 살해당했다. 1980년대의 미국은 아직 과학수사가 발달되기 전이라 경찰과 검찰들은 범인을 잡는데 애를 먹고 그 동네주민들을 모두 공포로 몰고 갔다.
범인은 당연히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성향의 사람이였다. 경찰에 잡히고 나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나 후회 등은 없었다. 스스로 사탄의 숭배자라 칭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당당함과 멀쩡한 외모에 열광하고 애정공세를 보이는 정신 나간 여자들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런 인간은 이렇게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는데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선천적 사이코 패스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데로 그에겐 평범치 않은 어린시절이 있었다. 멕시코 이민가족의 5형제 중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멕시코에서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의 육체적 학대를 받는다. 종종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많이 맞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그에겐 그 어떤 폭력이나 문제행동은 없었다고 했다. 그를 기억하는 동네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은 그를 착하고 재미있고 유쾌했던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그가 10살 쯤 그 당시 월남전을 갔다 왔던 사촌 형이 그에게 전쟁의 참혹한 사진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전쟁 중에 사람을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한 이야기들을 상세히 말해 준다. 그리고 사촌 형이 자신의 아내를 부부싸움 중 홧김에 총으로 죽이는 것을 13살 된 리차드가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촌형은 정신병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2년 지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 사건 이후부터 리처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고고 지인들은 증언했다.
이 이후부터 리차드는 마약을 하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고등학교는 중퇴를 해버린다. 그러나 이 시기 그를 붙잡아줄 어른은 없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던 리처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공동묘지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돈이 떨어지면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고 남의 차를 훔쳐서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강도짓은 점점 대범해져서 성폭행과 살인으로 까지 이어진 것이였다.
리처드는 분명 나쁜 사람이고 범죄자이다. 아니 사람이라기보다는 후에는 악마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다. 그가 한 행동에 대해서 어떠한 정당성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말 그가 원래 악마 같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인가 하는 것엔 의문이 든다. 만약 어린시절 그를 보듬어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 그런 사촌 형만 없었더라도 아니 그 어린 시절 그렇게 무기력하게 당한 모든 트라우마적인 사건들을 치료할 시간만 있었더라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런 사건과 범죄자들을 볼 때마다 자라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평범한 어린 시절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어린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그런 보통의 가정말이다. 우리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사회를 만들어 준다면, 오히려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더 안전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