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무섭고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나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직업적 이유로 일하다 보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심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모두 가벼운 코믹이나 감동적인 드라마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쿵후 판다의 “포” 는 저의 최애 캐릭터이다. 언제나 밝고 유머러스가 그는 여러모로 남편과 닮았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아무튼 오래전에 1편을 너무 재미있게 보고, 2편이 나왔을때 아이들을 데리고 제일 먼저 보러 갔었다. 사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1편이 늘 재미있지만 나는 2편이 내 마음에 더 오래 남았다. 2편을 쓴 작가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 트라우마” 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너무 잘 보여 주는 내용이였기 때문이다. ( 이놈의 직업병.. )
주인공인 판다 포는 고아이다. 우동가게를 하던 거위가 야채 박스에서 어린 포를 발견하고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키운다. 거위 아버지는 부인했지만, 포는 자신이 아버지와 외모적으로 너무 달랐기 때문에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심증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나 한쪽 구석에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왜 우리 친부모는 날 버렸을까?”라며. 그리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 나는 버려질 만큼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였다는 존재적부정과 거부에 대한 고통과 슬픔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그의 마음 깊은 곳에 트라우마가 되고 상처로 남았다. 마을을 지키는 전설적인 용사가 된 이후에 포에게 사부가 마지막 시키는 훈련이 “Inner peace, 내면의 평화”였다. 판다도 그 내면의 평화를 가지기 위해 시키는 훈련을 다 해보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공작과의 대결에서, 공작은 포의 트라우마를 건드린다. 공작이 자신의 트라우마인 “ 넌 사랑받지 못한 아이야, 넌 버림받은 아이야” 라고 말했을 때 포는 내면의 평화를 지키지 못하고 그냥 무너져버리고 공작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겨우 살아난 포는 양할머니(?)에 의해 자신의 진짜 과거와 마주 하고 진실을 깨닫는다. 자신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그를 살리기 위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뜨거운 사랑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존재적으로 사랑받는 자였는지 거억해 낸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친부모와 그 누구보다 더 아껴주고 사랑해준 거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을.
그 어떤 훈련으로도 가지지 못한 내면의 평화를 “자신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그가 마침내 “ Inner peace, 내면의 평화”를 가질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볼 때마다 소름 돋는 것 같다. 상처받은 사람의 영혼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너무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가장 평안해지고 가장 강해지니까. 그리고 이 내면의 평화를 가진 포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만화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서 과장된 면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처가 어떻게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또 사람의 상처가 어떻게 회복되는지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실 트라우마 있거나 상처가 있는 사람들도 평소엔 포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낸다. 자신이 맡은 일도 척척해내기도 하고, 웃고 즐겁게 사는 듯 보일 때가 훨씬 많다. 그러나 이 트라우마는 포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발목을 잡거나, 우리의 능력이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그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명한 영화 굿윌헌팅에서도 천재인 주인공 윌은 MIT 대학에서 청소를 하며 지낸다. 명문대생들을 가뿐히 넘길 천재성을 가지고도 자신의 능력을 삶에서 발휘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은 “ 매 맞을만한 형편없는 아이” 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대받고 자란 윌은 그 트라우마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시궁창 같은 현재에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 교수였던 숀과 함께 심리치료를 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받았던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 “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맞을만한 놈이어서 맞았던 것이 아니라, 그는 그냥 형편없는 어른의 희생양이었던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찾아 떠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왜곡된 안경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과 같다. 왜곡된 안경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니 인생은 더 꼬일수 밖에 없게 된다. 그 안경을 벗어야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안경을 벗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왜곡된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벗어야 한다는 의지이다. 그리고 그 안경을 벗을 수 있는 용기는,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이다. 포에게는 거위 아빠와 친구들이 있었고, 또 윌에게 그를 진정 사랑했던 여자 친구 스칼라와 숀 선생님이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때 자신은 정말 자신답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을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영웅이 될 수 있다. 팬더 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