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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an 29. 2022

부모란 무엇일까?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보고..




얼마 전 끝난 " 그 해 우리는" 이란 드라마를  마지막 회까지 끝냈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과 꼴찌의  만남으로 다큐를 찍기 시작한 주인공들은 십 년 후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큰 줄거리는 사실 어찌 보면 뻔한 사랑이야기였으나  드라마 속 세명의 주인공들의 각자 삶의 서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쳐 본 적 없는 그러나 친구도 없고 까칠한 여자 주인공, 국연수. 그녀는 어릴 적부터 부모도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생계를 이어가는 소녀가장이다. 알지도 못하는 친척의 빚 때문에 집에서도 쫓겨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악착같이 산 덕분에 다시 할머니와 그 보금자리를 되찾게 된다. 그래서 그녀에게 하루하루는 마치 생존을 해야 하는 전쟁터 같다.  


학창 시절부터 낮잠 자고 빈둥거리는 것을 좋아한 전교 꼴찌 최웅. 착하고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을 둔 잘나가는 음식점 외동아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해 지금은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큰 욕심도 꿈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에겐 어린 시절 친부모에게 버려진 존재적 아픔이 있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자신은 버려질 만큼 형편없는 사람인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최웅의 단짝 친구 김지웅.  시크하고 일 잘하고 다른 이들에겐 배려 깊고 친절한 방송국 피디이지만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와 냉랭함으로 인한 마음의 공허함 있다. 친엄마가 있지만 이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이 세 캐릭터 중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부모는 없다.  국연수는 애초부터 부모의 존재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연수가 어릴 때 돌아가신 것 같다. 그래서 할머니 밑에서 자라게 된다. 다행히 할머니는 연수를 너무 아끼고 연수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존재이다. 너무나 완벽한 이상적인 부모로 보이는 최웅의 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니다. 자식을 일찍 잃은 부부가 비슷한 또래의 최웅을 입양해 지극정성으로 키운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있었지만 함께 있었던 시간보다 혼자 있었던 시간이 훨씬 많았던 김지웅. 그런 그에게 엄마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보다 작가는 " 정말 부모는 누구인가? 진짜 어른이 되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는 핏줄로 연결되고 유전자를 나누어야 부모가 아니고 가족이 아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삶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아픔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 아이 곁에 끝까지 책임을 진 어른이 부모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수에겐 할머니가 부모였고 친부모는 최웅을 버렸지만 자신을 입양해 준 그분들은 진짜 부모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정작 피를 나눈 진짜 김지웅의 엄마는 지웅이에게 부모가 되어주지 못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다 낳아버린 지웅이와 그리고 홀로 키우게 된 지웅이를 냉대했고 멀리했고 후엔 떠나버렸다. 그럴만한 그녀의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녀는 엄마 자리를  버거웠고 힘들어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지웅이는 여러 번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드라마의 말미에 죽을병에 걸린 엄마가 김지웅을 찾아온다. 그리고 지웅이는 그런 엄마에게 분노한다. 엄마는 자신의 불행한 삶을 지웅이에게 되풀이할까 봐 떠난 거라 변명한다. 지웅이는 그런 엄마에게 " 그래도 그때 엄마는 엄마였고 나는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외친다.  지웅이의 엄마는  자신의 삶의 무게와 아픔 때문에 어린 아들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자신을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기다리고 애정을 갈구한 아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그렇게 엄마가 떠나버리면 지웅이의 세상이 무너지고 가슴에 구멍에 뻥 뚫려버릴 것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녀의 무지가 아들과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친자식이라 하더라도


지웅이 엄마는 지웅이가 생존만 하게 했다. 비 맞지 않은 집을 제공했고 밥솥에 밥만 있으면 되는.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의 시간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고 부모와의 좋은 추억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이가 부모와 연결되는 통로이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영양분이 된다.  지웅이는 친엄마에게 그것을 받지 못해 스스로 남의 인생에 얹혀 자랐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절친인 최웅의 부모님의 둘째 아들처럼 그렇게 그 가족에게 사랑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부모는 존재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적인 이유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엔 부모가 되지 말았어야 했던 미성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자신의 미성숙함과 무책임을 수십 년째 방치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만으로 버거워 허우적거리며 세월을 보낸다. 드라마 속 지웅이 엄마처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자녀들은 매일이 고통이고 아픔이다.


그런 면에서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처음 부모가 되는 모든 사람들은 서툴고 부족하다. 그래서 완벽한 부모도 없다. 그러나 그런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부모이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이 때론 힘들고 아프지만 그래도 나를 세상의 전부라 여기는 아이를 끝까지 지키고 보살피고 함께 책임지며 가는 사람이 부모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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