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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Mar 01. 2022

소년심판을 보고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시작한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소년범들을 혐오하는 판사가 소년부 판사가 되어 아이들을 재판하는 내용이다. 그러니 당연히 비행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주 스토리이다.  드라마가 현실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라 했는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의 범행의 수위가 점점 잔혹해지고 교활해지는 것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법의 엄중함을 깨닫게 해 주려는 판사의 역할을 김혜수 씨가 맡았다.  재판 도중 판사는 아이들의 형량을 내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소년을 혼자 자라지 않는다고 그러니 부모들도  아이들의 죗값의 무게를 같이 느끼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정말 비행청소년이나 범죄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문제는 다 부모탓인가?


세아이를 키우고 또 아이들을 오래 상대해온 상담가로서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내가 만나온 많은 아이들 또한 대부분 건강하지 못한 가정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무리 문제행동을 많이 보이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 아이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부모탓이라고도 할 수도 없다. 거기엔 좀 더 복잡하고 깊은 문제들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가난이다>

부모가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도 먹고사는 일이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방치가 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일이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생존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다른 것들을 돌아볼 여력이 사실 부모에겐 없다.  사실 상담가로서 이런 사연들이 가장 안타깝다. 특별히 한부모 가정이나 불법체류 혹은 부모의 질병과 부재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경우 아이는 당연히 안정적으로 자랄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런 가난으로 인해 오히려 부모나 주양육자들의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한 부차적인 문제 또한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현대 사회에선 개인의 가난의 문제는 사실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나기가 힘든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육아자체는 너무 힘든 일이다. 아기가 순하고 둥글둥글해도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다. 부모의 헌신과 노력만으로 아이들은 자란다. 그러나 아이들의 기질이 모두 이렇게 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누가 키워도 순둥순둥 잘 크는 아이들도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기질이 까다롭고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유난히 모든 자극에 예민하고 신경질 아이들이 있고 또 어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배우는 것이 무척 느린 아이도 있다. 거기다  아이들이 만약 ADHD나 자폐스펙트럼이 있거나 또는 유전적 영향으로 우울과 불안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는 육아는 몇 배로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부모가 이런 자녀의 기질과 성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 부모의 기질이 아이와 맞지 않을 경우 육아를 하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는 당연히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도 공부를 하고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실 부모이다. 아이들의 기질과 성향에 맞게 부모의 양육태도와 훈육을 방식을 바꿔가며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분명 아이들도 나아진다.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되도록 빨리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가 이런  인식이 자체가 없거나  아니면 경제적 이유로  도움을 받을 여건이 되지 못한다면 부모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점점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질이 어려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마냥 손가락질을 하기보단 적절한 공교육의 개입과 부모교육이 더 보편화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또한 사실 쉽지 않아 보였다. 같은 반에 문제 행동이나 ADHD,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이가 나오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전학을 종용한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해서 이다.  그리고 같은 동네에 특수교육 학교나 시설, 관련센터들이 들어올라치면 집값이 떨어질까 봐 온주민이 나와서 대모를 한다고 했다. 이런 어른들의 이기주의가 이런 아이들을 더 사지로 몰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세 번째는 미성숙한 부모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비행청소년의 케이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나이가 먹고 신체적으로 성인이 되었다고 책임감 있고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 가정폭력을 경험했거나 어린 시절의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회복하고 치유하지 못한 경우 세월이 흘러도 자신의 상처를 반복하게 된다. 거기다 무책임하고 공감능력이 없고 냉정한 사람들도 때론 부모가 된다.  그리고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그래서 자녀를 쉽게 버리기도 하고 아이들의 상처나 아픔 혹은 실패를  차갑게 대하거나 무시한다. 이런 부모는 몸은 성장했으나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어른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부모는 아이와 건강하고 단단한 애착을 형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럴만한  책임감도 마음의 여유나 인내심, 그리고 공감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부모가정 이어도 조부모가 키워도 가난해도 또 부모가 이혼을 해도 성숙한 어른은 아이를 책임지고 아이를 건강하게 돌본다. 그러나 아무리 가정이 부유하고 부모가 함께 살아도 아이들과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애착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절대로 가정이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거나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진짜 따뜻함이 무엇인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가짜 관심과 가짜 사랑을 찾아 밖으로 떠나는 것이다.


이런 케이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부모들의 대다수가 스스로 자신이 미성숙한 어른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스스로 치료적 개입이나 교육이 전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달라지지 않으니 아이들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가 미성숙하니 그런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쩔수없다라고 한다면  아이는 너무 억울한 인생이 될 것이다. 다행이 희망은 있다. 주 양육자가 부모답지 못해도 아이들의 삶에서 제대로 된 어른 한 두명만 있어도 아이들은 잘 삐뚤어지지 않는다. 가까운 친척이나, 선생님, 목사님이나 신부님, 이웃 어른 등등이 소외되고 힘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좀 가져준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질 수도 있다.  


예전에 끝난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가 한 공동체가 한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를 잘 보여준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소년은 중학교쯤 할아버지마저 잃고 고아가 된다. 그러나 작은  어촌마을의 이웃들은 그 소년을 손자처럼, 조카처럼, 동생처럼 돌보아 준다. 그래서 그 소년은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 사실 너무나 이상적인 모습이어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런 마을과 이런 공동체가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라는 말을 드라마는 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존재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주 양육자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기엔 각자의 인생이 너무 무겁고 또 자신 스스로 또한 제대로 돌보고 자라지 못한 어른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아이들은 절대로 혼자는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주양육자를 넘어서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따뜻하고 안정된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와 어른들의 더 많은 관심과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비록 주 양육자가 아니더라도 나와 연결되어 있는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주변의 아이들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운 아이들이 또한 앞으로 미래에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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