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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Sep 20. 2022

꿈보다 중요한 건..

넷플릭스에서 인기 순위에 있었던 퀸스갬빗이란 미드가 있다. 인기가 많다길래  보기 시작했지만, 끝내지는 못했다. 체스에 대해 너무 무지한 데다 전반적인 스토리에서 극적인 서사나 드라마가 좀 부족해 보였다. 옛날 미국의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세팅과 인형 같은 여배우가 볼거리라면 볼거리였다. 그러나  드라마 속 한 장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것이 있다. 

 

여자 주인공은 천재 체스 플레이어로 나온다.  갑자기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되어서 고아원에서 자라다  입양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체스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러다가 미국 전역과 세계를 돌아다나며 경기를 하는 유명 플레이어가 된다. 그러던 중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고 싶은  한 소년과 체스를 두는 장면이 나온다. 


체스를 두고 나서  주인공이 "너는 꿈이 뭐야?”라고 소년에게 물어본다.

그 소년이 “ 16살에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그래? 그럼 그다음은? 챔피언이 되고 난 후엔 뭐할 건데?”라고 주인공은 다시 물어본다. 

그때 소년이 “ 몰라. 난 세계챔피언 말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때 여자 주인공이 “ 세계 챔피언이 되고 나면 넌 고작 16살이다. 그 이후에 인생은 뭐 할 거냐?”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소년은 아무 말도 못했다.  소년은 아마 한 번도 생각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소년의 인생에선 세계챔피언이 전부이니까. 하지만 사실 그에겐 16살 이후의 50-70년간의  인생이 더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르는 듯 했다.  

 

때론 우리도 이 소년과 같을 때가 많다. 마치 원하는 대학만 가면,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에 취업만 하면,  집 장만만 하면 혹은 결혼만 하면 내 인생  소원을 다 이룬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렇게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했지만, 사실 회사원 대부분 퇴사를 꿈꾸며  일을 한다고 했다. 결혼만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  결혼한 부부의 반이상이 이혼을 하는 통계만 보더라도 결혼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성공과 성취에 대한 잠깐의 기쁨 뒤엔, 또  다른 인생의 난관이 있고 지루한 일상이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이런 눈에 보이는 꿈이나 목표는  오히려 이루고 난 후 사람을 더 허무하게 할 때도 있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것도 없고, 또 N 잡러 가 유행이라고 할 만큼 여러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꿈과 직업의 이면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 철학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직업과 꿈은 유행을 타기도 하고,  시대 변화에 따라 생겼다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철학과 가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철학과 의미는 환경에 따라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돈 버는 것에 가치를 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 자기실현을 하고 싶은 사람, 더불어 함께 살고 싶은 사람 , 혹은 나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사람 등등의 개인에 따라 삶의 가치와 의미는 다 다르다. 그리고 개인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모든 노력과 방향 또한 다를 것이다. 특히  이렇게 한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살아갈때에 나의 철학이 나의 인생을 잡아줄 푯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지금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가? 어떤  삶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고 싶은가?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 만약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 같은가?  인생에 있어선 더 높이 더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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