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고
"아까 그 아저씨가 자기처럼 되지 말래.
과거에 갇히면 영원히 못 나온대. 문이 안 보인대' 라며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난 애 아니야. 어른이야. 어른. 난 이제 안 도망 안 가"라고 용기를 냈다.
몇년전 인기리에 방영된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래서 주요 배경중 하나가 정신병원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가장 멀쩡해 보여 왜 정신병원에 있나 의구심이 들었던 70대 노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50 년 전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였고, 전쟁때문에 어쩔수 없이 죽인 사람들에 죄책감과 전쟁의 드려움은 트라우마로 남아 외부자극에 쉽게 공황장애가 오는 사람이었다. 공황장애가 오기 전 그 노인이 문상태 (오정태)에게 했던 대사이다.자폐스펙트럼이 있던 상태는 그 말을 계속 되뇌인다.
가끔은 드라마에서 정말 힐링을 받을 때가 있다. 현실에 없을 법한 잘생긴 배우나 너무나도 완벽하게 예쁜 집들과 옷들이 아니다.그런 건 오히려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송중기 같은 군인은 없어.. 송혜교 같이 생긴 의사가 어딨어? 김수현 같은 보호사도 본 적이 없다' 라며...
그러나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 중에 내 맘으로 훅 들어오는 대사들이 있다. 복잡한 심리적 이론을 이렇게 간단한 대사로 말할 수 있다니. 우리는 보통 나이가 먹으면, 몸이 성장하면 어른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몸이 컸다고 마음도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 박사님도 이렇게 말했다.
" 겉으로는 성공한 어른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어른들'이 심리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아이들로 남아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그들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부모가 그들에게 행사하는 권력으로부터 전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세 주인공은 모두 어른이 못되었다.
무자비한 엄마 밑에서 자라 자신의 감정도, 남의 감정도 헤아릴 줄 모르는 동화작가
엄마의 착한 아들, 형의 착한 동생으로 껍데기뿐인 삶을 살아가는 보호사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형..
그리고 내 주변에도 이미 몸은 어른을 넘어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어린아이인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지가 이미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부모의 착한 아들, 딸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자식이 자식을 낳아 손자가 생겼음에도, 늘 가족의 관심대상은 늘 자신이어야 하는 사람. 살면서 생기는 큰 문제나, 어려움 가운데 늘 남 탓을 하거나 도망가는 사람 모두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분들이 어른이 되 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에서 노인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수백, 수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고 보니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노인이 되시던지 어른이 되시던지 둘 중하나라고.
노인은 정말 아무 힘없이 노화의 과정을 받아들이면서 삶은 후회하고, 원망하고, 두려워하지만
어른은 현명해지고, 지혜로와지고, 더 여유 있어지고, 성숙해진다 했다.
어른은 나이만 먹는 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돈 잘 벌고 성공하는 사람이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나와 다른 사람을 품을 줄 알고, 위기 때에 도망가지 않으며,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어른이 되는 과정은 여러 가지 다른 방법도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 말할 수 있다. 자신 안에 꽁꽁 숨겨놓은 상처를 제대로 대면하고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른이 될 수 없다. 그런면에서 나도 아직 완전한 어른이라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도망가지 않고 이겨낼 것이다. 상태 오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