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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Feb 26. 2022

사실 우리 모두 시한부 인생

서른, 아홉을 보면서



" 역사상 가장 신나는 시한부가 되어줘!"

요즘 방송하는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중 나온 대사이다. 20년 지기 진짜 찐친인 미주, 찬영, 주희중에 찬영이가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자 친구 미주가 그녀를 향해 하는 대사였다. 찬영이는 사랑하는 남자도 딴 여자에게 빼앗기고 어린 시절부터 꿈꾸웠던 배우도 되지 못한 어쩌면 요즘 흔히 말하는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의 처지였다. 거기다 암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췌장암까지 걸렸으니 마치 불행은 작정하고 그녀에게만  달려드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가 아프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와주고 자신을 위해 안식년까지 포기하며 자신의 남은 시간을 가장 행복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자 하는 친구가 둘이나 있으니 어쩌면 그녀의 인생이야 말로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시한부,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모두 시한부 인생을 받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모든 인간의 인생이 시한부이다.  그냥 그 시기를 아느냐 모르느냐 혹은  그 시기가 길거나 짧거나 그도 아니면 아주 급작스럽거나 그 차이뿐이다. 운이 좋아 (?) 병에 걸리면 그나마 남은 시간이라도 알 수 있고 더 운이 좋으면 신체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죽음을 천천히 맞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느닷없는 불행과 사고로 오늘 밤, 혹은 내일, 이번 주 우리의 삶이 끝날 수도 있다. 그것이 죽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노화되어서 죽는 죽음만을 당연시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큰 착각이고 무지일 뿐이다. 그런 착각 때문에 이렇게 시한부가 되거나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으면 절망한다." 나한테 왜!"라고 신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아닐 이유가 없다. 태어나자마자 빛도 못 보고 떠나는 아이들도 있고, 아침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저녁에 쓰러질 때도 있다.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누군가 내 차를 이유도 없이 들이받을 수도 있고 갑자기 서있던 건물이 무너지기도 한다. 나의 선행이나 잘잘못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부지기수로 많이 일어난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이런 느닷없는 죽음과 불행은 막무가내로 흘러가는 인생을 멈추게 하고 진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죽음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 될 때가 있고 인생의 안내자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자신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하고 인생의 다시 돌아보고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사람들을 많은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친구의 시한부 판정으로 두 친구의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아마 찬영이의 삶의 태도와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인생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무엇이 찬영이를 더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할 것인지 무엇이 인생에 정말 의미 있는지 계속 고민하며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과 선택은 단순히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인간은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내 삶이 언제 어디서 끝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또한 매 순간 이런 고민과 최선을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는 동안은 행복한 사람이 될 거야! 의미 있는 삶을 살 거야! 나 답게 살 거야! 사랑하면 살 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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