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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Oct 30. 2021

넷플릭스 다큐: My Octopus Teacher

문어 선생님


평소에 문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외모로 사람의 취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생긴 거부터 너무 못생겼고, 흐물흐물 거리는  문어는 늘 별로라고 생각했다. 또한 sf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문어는 항상 악역이였던 거 같다.  인어공주의 최대 악역은 문어이고 그 외에 많은 동화책이나 SF 영화에서 문어가 그리 선한 역할로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그의 외모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은연중에  문어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이랑 뭘보까 하고 넷플렉스를 돌아다니다가 이 다큐가 눈에 들어와 보기 시작했다. 사실 1도 기대하지 않고 그냥 시간 때우기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영화보다 더  가슴을 졸이게도 만들고 뭉클하게도 만들고 흥분하게도 만드는 것이었다. 남편이랑 보면서 “ 와… 진짜 대단하다 어쩜 저렇니?” “ 너무 똑똑한 거 아냐?”  “ 아 ~ 안돼 안돼 ~숨어 숨어!” 하며 감탄과 흥분을  마구마구 하면서 보았다.

 

바다 자체로 주는 힐링과 위로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우연히 만난 문어와의 인연으로 주인공은 정말 많이 달라진다. 바닷속에 수억 가지 생명체중에 그냥 문어 한 마리였지만 그게 무엇이든, 누군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고 시간을 들이면 특별한 인연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특별한 인연이 되면 사랑하게도 되니까.


그리고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공감능력을 회복하고, 사람이 이 공감능력이  회복되면  사실 마음에선 치유가 일어난다. 문어와의 인연덕분에 주인공은 공감능력을 회복한다.  주인공의 마음이  사는데 바빠 지치고 굳어져서 보지 못했지만 그의 주변엔 여전히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이 굳어져 가고 있을 그때,  자신의 온 감정을 일깨워준 문어가 인생 선생님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게 계속 남은 감정은  문어의 인생 자체를 봤을 때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어는 알을 낳으면 거의 바로 죽는다, 그러니 새끼 문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도 없이 그 망망대해를 혼자 살아야 한다. 그리고 아기를 낳기 위해 수정할 때 말고는 쭉 혼자 사는 것 같았다.  혼자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똑똑해지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 문어가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으로 너무 안돼 보였다.  끝없는 바닷속에서  다른 어류처럼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상어처럼 강력한 무기가 있어보지도 않는 문어는 고작  할 수 있는 것이 딱딱한 바위 밑에 숨어 색깔을 변형시키거나, 자신의 수천 개 깔판을 이용해 조개나 미역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게 다였다. 그게 참 안쓰러워 보였다.


새끼 문어가 큰 성인 문어가 되어 알을 낳는 세월이 몇 년이 되는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그 세월 동안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은 혼자 버티고 혼자 견디며 살아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문어가 짠하게 다가왔다.

 

사실 사람들 가운데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돌처럼 딱딱해 보이고 차가워 보이는 겉모습은 힘든 세상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방어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 그 속엔 문어처럼 말랑말랑한 속살을 감추고 있을 뿐.

 

다큐를 다 본 후 남편이랑 “ 이제 문어가 달리 보일 것 같다” 는 말과 함께,

남편은 “  앞으로 문어는 못 먹겠다 ㅎㅎ” 고 한다.

 

이 다큐를 보고 나서 사람은 상대를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와닿았다. 그리고 역시 뭐든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문어를  괜히 싫어하고 오해했던 내 마음이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비단 문어뿐일까? 우리는  잘 모르면서  누군가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잘못을 너무 자주 하고 살지는 않나 하는 생각까지도 했다. 나도 문어 덕분에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것 만으로 정말 선생님이라 부를 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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