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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Oct 17. 2021

세상을 바꾸는 방법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슈퍼히어로가 정말 인기이다.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슈퍼파워를 가진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해결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모두들 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교육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무리 정치를 바꾸어도 교육을 바꾸어도 세상은 잘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정치나 제도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10명이 모이면 10가지 갈등과 고민이 있고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고민과 갈등이 있다고 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고 현실의 모습이다. 그러니 수백억 인구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슈퍼히어로는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구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맡은 일의 정성과 감동으로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 돈쭐"을 내줘야 한다고 했던 치킨집 사장님의 행동이 그런 것이다. 주인은  어떤 큰 목적이나 사명이 있어서 그 아이들에게 치킨을 대접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애서 아이들에게 작은 선행을 베푼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선행은 절대로 작지 않았다. 그 아이들에게 세상은 아직 따뜻한 곳이라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불씨였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 참 많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조세핀 김 교수님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교수님은 영어를 할 줄 몰라 초등학교 시절 말 한마디 못하고 줄줄이 낙제 성적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에 30분씩마다 어린 조세핀에게 따로 영어 수업을 해주셨다고 했다.  그 일대일 과외 덕분에 영어실력이 늘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 그 후 하버드 교수가 되시고 그때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전화를 드렸을 때 선생님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조세핀에게만 영어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자신의 반 학생들 중에 영어나 수학이 많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방과 후에 따로 불러 개인수업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조세핀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선생으로서 자신이 맡은 소명을 감당한 것뿐이라고 했다.


얼마 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 Unbelievable"이라는 미드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  세 살 때 부모에게 버려져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던 마리 (Marie)는 독립해서 살아간다. 그러다 밤중에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고 그녀의 진술이 미심쩍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이 힘들었던 마리는 성폭행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며 복잡하고 냉정한 경찰 조사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이 오히려 여러 가지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면서 그녀를 완전히 세상에서 고립시켜 버리게 된다.


정말 드라마를 보면서 이제 겨우 미성년자를 벗어난 그녀의 삶에 어쩌면 그렇게 불행한 일이 많이 일어날까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 주변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의심하고 몰아세운다. 세상에서 온전히 버림받고 위태위태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너무 실제적으로 보여줘서 마음이 참 아팠다.  그러다가 그녀를 강간했던 범인은 다른 주에서 같은 성폭행을 반복하다 여자 형사들의 끈질긴 수사에 결국 붙잡히게 된다. 그리고 형사들은 그 범인의 손에 무참히 짓밟혔던 여러 피해자들 사이에서 마리를 찾아내다. 마리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형사들이 증명해 준 셈이 되었다.


드라마 내내 그 여자 형사들과 주인공 마리는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었다. 여형사들은 자신들의 일을 그냥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서 범인을 잡았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해결되고 드라마 마지막에 마리는 그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나의 세상은 온통 나쁜 일만 일어나는 안 좋은 세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이 범인을 잡아준 덕분에 내 세상은 좀 더 안전해졌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나도 이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을 형사에게 남긴다.  이 대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여경찰들은 피해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범죄자를 쫓은 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진심과 최선을 다했을 때 누군가에겐 삶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들 세상이 큰일이다 말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를 세우고 완벽한 정치제도 교육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세상은 금방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작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면 분명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그 작은 불씨들이 분명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해 주리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노래 한 소절이 될 수도 있고 따뜻한 밥 한 끼가 될 수도 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전하는 다정한 말 한마디와 관심일 수도 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고에 베푸는 작은 친절과 도움의 손길들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봐도 별것 아닌 그 일들이 언젠가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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