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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Aug 11. 2022

Chuck Close :그림으로 장애를 뛰어넘다

 <작가와 작가가 그린 초상화>


예전에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장관까지 지내신 강영우 박사님의 책에서 그분이 자신의 두 아들에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너희들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니 너희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늘 말씀하셨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난관과 편견 때문이었으리라.  이렇게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삶의 훌륭하게 살아내신 분들을 보면, 경이로운 마음과 동시에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남들의 재능을 부러워하기만 했지 정작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처 찾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 같기 때문이다.

 

내가 존경하는 화가 중에도 그런 분이 있다. 미술대학 다니면서 알게 된 분으로 지금도 생존하고 계신 화가이다.  척 클로스, Chuck Close (1940~). 태어날 때부터 난독증에 안면인식 장애로 학습장애를 겪었던 그는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책도 잘 못 읽고 친구나 선생님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은 그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예일대학 미술학부로 입학해서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그의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그때,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척추 혈관이 손상되는 병이 걸려서 하반신 마비가 되고 손도 예전처럼 정교하게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장애가 생긴 이후 그의 그림의 스타일이 달라진다.> 


이런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예전처럼 정교하게 묘사하는 그림은 그리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다른 스타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1940년생인 그분은 현재도 20년째 휠체어 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마치 디지털 입자처럼 조각나 있는 한 칸 한 칸은, 추상적인 무늬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함께 모이면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이 사람의 키를 넘어서는 큰 작품들이 많아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실제로 접하면 처음엔 그의 사이즈에 압도되고 두 번째는 그의 정교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나도 한 15년 전 운 좋게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전시작품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전시장에 들어가눈 순간 사이즈와 정교함에 입이 떡 벌어진다. 


그의 작품의 해석이나 의미가 무엇이냐를 따지기 전에, 그림 자체가 주는 위로와 격려가 있다. 장애를 가진 그가 한 획 한 획 그린  그의 그림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과, 사람의 성실함과 끈기는 분명히 값진 열매로 보답한다는 것이다.  그의 방대한 작품 양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그냥 그림이 말해주는 것 같다.

<장애 이후 오른손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왼손으로 붓을 고정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모두가 힘들고 불안한 시기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으로 몰아가는 이 사회는, 나의 가치를 한없이 떨어뜨리는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잊고 사는 줄도 모른다. 내가 가지고 없는 것을 보고 한탄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강영우 박사님 말씀처럼 건강한 신체를 가진 우리는 이미 어쩌면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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