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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Sep 17. 2022

알잘딱깔센은 없다

줄임말을 많이 쓰는 MZ세대가 만든 말 중에 "알잘딱깔센"이란 말이 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맘에 쏙 들게 일을 하라는 말이다.  요즘은 알잘딱깔센이란 말을 쓰지만 우리 문화엔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라는 믿음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그래서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한마디로 일을 하려면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0% 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마음과 주변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첫 번째로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100% 잘할 수 없는 일은 시작하지 않는다.  뭔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도전하거나 노력하지 않으려고  한다. 때문에  이런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오히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을 미루고 게으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그 일을 100% 완벽하게 해낼까 준비하고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인간의 성장과 성숙을 방해한다. 세상 모든 일이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심지어 걸음마를 배울 때로 얼마나 많이 넘어지는지 모른다. 이렇게 뭐든지 시작할 때는 서투르고 실수를 한다. 그 과정을  참고 인내해야 배우는  것이 있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완벽주의적 태도는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렇게 완벽하고 싶은 자신의 잠재력을 오히려 제한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두 번째 이런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가까운  인간관계가 어렵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 잘 딱 깔 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퍼센트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로로 취급하기 때문에 상대는 크게 억울함을 느낀다. 만약 설거지를 해도  그릇뿐 아니라 싱크  주변까지 완벽하게 물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아내라면  대충 그릇만 씻어서 엎어놓은 남편의 설거지는 안 한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아내는 대번에 설거지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잔소리를 할 것이고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애쓴  자신의 배려와 헌신이 부정당한다고 느낀다.  이렇게  하 저렇게 하나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을 바에는  설거지를 안 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그렇게 남편은 무심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어딜 내어놓아도 자랑스러운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마음을 계속 부정당하면 아이들도 더 이상 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엊나가기 시작한다. 비록  100% 가 아닌  단 10%라도  배우자와 자녀가 노력하고 애쓰고 있음을   바라봐 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다.


세 번째 모든 방면에 알잘딱깔센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무척 불완전한 존재이다. 비록 어떤 분야에서 완벽할 만큼 뛰어난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이 일상의 모든 삶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런데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것을 무시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교만한 것이다.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역은 미처 보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의 능력이 다르고 각자의 관심분야 갸 다르고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 그러니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다는 기준도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은 독불장군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 살면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낀 것은 실수와 실패에 대한 태도였다.   어디에서나 알잘딱깔센을 요구하는  곳이 없었다. 잘 모르겠으면 다시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을 오히려 격려하고 장려하는 문화였다. 분명히 교수가 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주제에 관해서 학생들이 돌아가며 여러 번 물어보아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교수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처음  하는 일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완벽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줬고 개인의 능력이나 인격을 무시하기보다는 일어난 실수에 대한 문제 해결에만 집중했다. 그랬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실수나 부족함에 대해서 너그러운 편이었다. 그리고  이런 전반적인 태도가  미국 사회를 좀 더 유연하게 하고 도전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믿는다.


알잘딱깔센의 마음으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마음은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피곤하고 혹독하게 다룰 뿐이다. 이렇게 경직된 마음으로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혹독하게 대한다고 해서  행복해지거나 성숙해질 사람은 없다.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것은 인내이고 이해이고 용납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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