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심리 치료사로 일하면서 내가 아이들과 주로 하는 것이 놀이치료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감정과 의사소통을 배우기도 하고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하고 또 그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이런 놀이치료를 통해서 위축되고, 상처받고 , 문제행동이 보이는 아이들이 많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들은 충분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반대로 아이들이 가정에서나 학교 그리고 밖에서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놀아야 건강하게 자란다. 전문적인 놀이 치료사나 상담가까지 되지 않아도 놀이에 대한 부모들의 마음자세만 달라져도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고 회복된다고 믿는다.
치유가 되는 놀이를 가정에서 하고 싶다면 첫 번째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은 원래 집중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고 흥미를 보이는 활동으로 시작해야 몰입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느낌은 아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렇게 선택과 결정 그리고 더 나아가 함께 놀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등을 놀이를 통해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두 번째는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엔 부모님은 무조건 아이에게 집중하고 경청해야 한다. 자녀에게 경청하고 집중하는 것만큼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사실 없다. 많은 부모들이 키즈카페에 풀어놓거나 장난감이나 게임을 쥐어주고 자신들의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함께 놀아줬다고 착각한다. 그건 놀이가 아니다. 놀이의 핵심은 부모와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바쁜 현대사회에 하루 종일 아이들과 놀아 줄 수는 없지만 하루 단 30분이라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책 등 하던 것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와 즐거운 상호작용을 하며 놀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분명히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이런 부모에게 사랑받은 추억으로 아이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세 번째는 놀이시간에 교육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노는 동안에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분명 아이는 놀면 협동심, 배려, 공감능력 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숫자나 언어를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면 아이들은 금방 활동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놀이시간에 지식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웃고 즐겨야 한다. 웃음은 아이에게도 성인에게도 불안을 낮춰주고 행복감을 높여주는 가장 좋은 약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게임이든 미술이던 어떤 활동을 하든 간에 아이의 결과물을 판단하거나 승패에 연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결과에 연연하게 되면 과정을 즐길 수 없다. 결과보다 함께 하는 시간과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된다면 그 아이는 훨씬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이 아이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부모도 표현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은 희생이 아니라 추억을 쌓는 것이고 좋은 추억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힘든 일을 견딜 힘을 준다. 부모가 무조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아이와 함께 즐거웠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아이의 자존감은 쑥쑥 자랄 수 있다. 존재적 인정과 사랑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적 사랑을 받은 아이는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자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