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다고 하고 그렇게 주변에 덕담을 하기도 한다. 꽃길이란 한마디로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길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부모들이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가장 원하는 길이다. 평탄하고 무난하면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길. 아이들에게 그 길을 깔아주고 싶어서 그렇게 영어유치원, 선행학습과 명문대에 목숨을 건다. 그 길로 가야만 꽃길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양육태도는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적절한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후에 작은 어려움과 고난에 인생을 포기하게 된다. 스스로 넘어져서 일어나본 경험이 없기에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는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지난달 뉴스에 나왔던 세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은 아버지였다. 소위 옛날에 동반자살이라 표현했던 살인사건이다. 아내와 두 딸을 먼저 죽이고 자살을 하려고 했던 범인은 막상 자신이 죽으려고 보니 너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서 무작정 지방으로 도망 다니다 경찰에 잡혔다고 했다. 그리고 살인의 이유를 물어보니 ' 생활고"라고 답했다.
하지만 생활고라고 하기엔 주식으로 날린 몇억이 있긴 했어도 강남에 40평대 아파트도 있고 외제차도 2대가 있고 아내 통장에도 예금된 돈이 몇억 있었다고 한다. 이런데 생활고라니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범인은 태어날 때부터 좋은 집에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에 들어가서 대기업 이사까지 지낸 한마디로 엘리트 코스를 밞은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꽃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실직을 당하고 이직을 한 곳에서도 얼마 못 가 또 실직을 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내 모르게 한 주식에서 손해를 보기 시작하면서 절망을 한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의 인생에 처음 있는 내리막길이라 해도 어떻게 아내와 자식까지 죽일 수 있을까? 싶은 게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아무리 빚이 있다고 해도 충분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 수준이었다.
범인에게 범행의 이유를 물어보니 " 쪽 팔려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인들과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실직사실을 숨겨가며 살았다고 했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회복탄력성이 제로에 가까운 사람으로 보인다. 아마 그는 살면서 크게 쪽팔려본 적도 없고, 좌절과 어려을 극복해 본 적도 없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부탁 같은 것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들에게 "잘 나가는 사람, 똑똑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만 보여주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니 더 이상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보면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이 회복능력이 없고 내면의 힘이 없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존심은 어려서부터 꽃길만 걸은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요즘 감정 육아이니 아동학대이니 하는 말 때문에 아이들이 울거나 보채거나 혹은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 꼴을 못 보는 부모들이 많다. 마치 아이를 울리거나 힘들게 하면 나쁜 부모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물론 부모의 욕심이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 주고 힘들게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분명 스스로 겪어내고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작은 좌절, 고생, 어려움, 실패에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더 큰 좌절과 고난도 일어난다. 왜냐하면 인생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모든 문제와 어려움을 다 치워주고 해결해 주는 부모야 말로 아이들을 망치는 부모가 된다.
아이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꽃길만 찾아주는 부모야 말로 가장 위험한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이들을 평탄한 꽃길 말고는 걸어가지도 못하는 바보를 만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진흙길도 자갈길도 오리 막길도 내리막길도 씩씩하게 걸아갈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부모가 좋은 부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