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Feb 18. 2023

돈이 불편한 이유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제목을 "돈이 불편한 이유"라고 써 놓았지만 나도 여전히 공돈이 들어오면 좋아하고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하거나 혹은 돈을 버는 방법을 골똘히 궁리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의 경제관념은 필요한 만큼 모으고 없으면 안 쓰면 된다이다. 사람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족하면서 성실히 산다면 굶어 죽지는 않고 살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안 쓰고 산다는 태도이기에 또 그렇게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이런 나를 남편은 엄청 답답해하고 한심해한다. 뭐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장사할 생각을 하고, 자기 사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침저녁으로 "개미투자자" 답게 열심히 투자종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렇게 전형적인 사업가 마인드인 남편이 보기엔 나는 "공부만 많이 한 한량"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 상담실에 다니며 상담도 하고 책으로 인한 소소한 수입도 있었고 가끔 강연이나 세미나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지만 남편에 비하면 새발에 피정도... 대학원을 두 개 끝내느라 들어간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그러니 남편은 늘 나를 보며 ' 이 공부만 많이 한 녀석을 어디다 써먹을까?' 궁리 중이다.


돈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남편과 나의 기질차이로 인한 것이 있다.  항상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효율성을 따지고 도전적인 남편의 기질은 돈을 모으는데도 나타난다. 그에 반해 나는 모험도 싫어하고 욕심도 별로 없다. 그러니 절실함이나 간절함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 기질적인 이유 말고도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알려준 "돈의 의미"이다.


시부모님은 미국에 이민을 오시면서 돈 때문에 많이 싸우셨다. 한국에서 나름 중산층으로 안정적으로 살던 살림이 이민을 오시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시아버님은 한 달 월세비도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가정경제는 오로지 남자 몫이라 여기고 뒷짐 지고 계신 시어머니와 매일 돈 때문에 싸우셨고 그걸 보고 있던 남편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부모님들이 싸우지 않을 것이라 어린 나이에 생각한 것 같다. 다행히 남편은 자신의 기질과 돈 버는 일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신의 가게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한 것이다. 그런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돈이 없으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돈이주는 자유와 독립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반면에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개미처럼 열심히 돈을 모으셨다. 두 분 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삶의 목적이셨기 때문에 주말도 없이 어깨가 빠져라 허리가 끊어져라 일만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부모님 모두 사람을 믿지 못하셨기에 위험한 투자나 사업확장의 욕심을 부리시지 않으셨다. 대신 거래처엔 책임과 신뢰로만 대하셨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상황은 안정되어 같다.   크게 풍족하게 여유롭게 자랐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삼시세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리 잡았다.


겨우 바지 몇벌 티셔츠 몇벌가지고 오빠랑 돌려입기를 하는 수준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집이 점점 작아져서 단칸방으로 옮겼다거나 집에 빨간딱지가 붙고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진 그런 기억은 없다. 부모님도 돈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긴 해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본가 쪽으로 돈을 너무 퍼 날라주는 것이 이유였다.  부모님이 돈을 버시느라 아이들은 방치되었고 모든 것은 돈과 비교되었다. 오빠와 나는 아버지가 돈 쓴 만큼 투자가치나 실력이 되어야 했고, 그러지 못했던 우리는 아버지의 한숨거리 었다. 뭐든지 돈이었다. 그게 돈이 되느냐? 너는 그래서 돈은 벌고 살겠느냐?  예술하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아느냐? 그림으로 어떻게 밥 먹고 사냐?  친구가 밥 먹여주냐? 내가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 줄 아느냐? 그 시간에 돈이나 벌겠다. 등등 매일 돈! 돈! 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돈이 불편하다. 혹시 내가 돈 버느라 아이들을 방치하지는 않을까? 혹은 아이들을 "내 피 같은 돈을 투자한 투자종목"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 돈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바라보지 않을까? 그래서 늘 조심하고 경계한다. 더 나아가 그렇게 돈이 전부라고 외치던 아버지에게 은연중에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돈에 인생과 목숨을 걸었던 아버지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고 싶기도 한 것 같다 "지금 그렇게 돈이 많아도 아버지는 나보다 전혀 행복하지 않잖아요!"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중이라 아직도 돈이라 친하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 돈을 좋아하고 친해져야 돈을 벌 수 있다던데 이번 생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

 


매거진의 이전글 네 이름이 뭐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