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셔츠를 사지 않는다.
대신 스웨터 부자다.
나는 옷을 좋아하는 편이다. 젊은 시절(?)엔 한 달에 한두 번 꼭 쇼핑몰에 옷구경을 가곤 했다. 그것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로 차곡차곡 옷장에 채워졌기에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옷을 좋아하지만 내 옷장엔 소위 기본템이라고 불리는 '셔츠' 혹은 '남방' 종류가 거의 없다. 아마 겨울/여름 합쳐서 3-4 벌이 전부이다. 그 이유는 일단은 나와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얼굴이 길면서 큰 편이라 목이 답답해 보이는 스타일은 얼굴이 더 커 보이거나 길어 보여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건 셔츠나 남방의 구김이 싫다. 입을 때마나 신경이 쓰이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무척 번거로웠다. 다림질하는 것도 귀찮고 세탁소에 갖다 맡기고 가지러 가는 건 더 귀찮다. 사실 셔츠뿐 아니라 구김이 잘 생기는 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 혹 결혼식이나 장례식등 격식 있는 자리에 필요한 정장 바지와 재킷 몇 벌이 빼고는 그냥 세탁기에 돌려서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전부이다.
그래서 나는 스웨터 종류를 좋아한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색깔이나 패턴도 다채롭고 세탁기에 찬물로 빨아서 밖에서 널어서 말리기만 하면 언제나 뽀송뽀송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스웨터는 쉽게 몸이 차가워지는 나를 포근하고 따뜻하게 해 준다. 그래서 옷을 사러 가면 집에 많이 있음에도 늘 스웨터에만 손이 간다. 그러다 보니 서랍서랍마다 스웨터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하지만 남편은 스웨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피부가 예민한 남편은 스웨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을 싫어한다. 신혼시절 내가 좋아하는 스웨터를 그에게 선물했다가 실망한 그의 얼굴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런 그에게 옷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색깔도 디자인도 아닌 촉감이다. 무조건 가볍고 부드럽고 보들보들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좋아하는 옷을 여러 벌 구매해서 그것만 돌려 입는 편이다. 심지어 옷이 구멍이 나고 다 떨어져도 못 버린다. 부드러운 촉감으로 인해 옷에 애착이 생긴다고 했다.
이렇듯 옷을 선택하는 것만 바도 사람의 취향이 보이고 성격이 보인다. 나는 관리가 편하고 보온성이 좋고 나의 체형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과 색상의 옷을 선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양한 옷을 다양하게 매치해서 입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남편은 무조건 촉감이 제일 중요하고 날씬해 보이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누군가는 색깔이 없는 무채색의 옷을 선택하고 또 누군가는 뮤지컬 배우 김호영 씨처럼 눈이 부실정도로 알록달록한 옷을 입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능력이나 부의 과시를 명품을 휘두르며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스처럼 옷은 자신의 몸을 가리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같은 옷만 입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자신만의 성격이 옷에 드러난다. 누군가의 옷장을 잘 살펴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이 드러날 때가 생각보다 많다. 누군가는 안전지향적이고 누군가는 과감하다. 또 누군가는 편안함을 선호하고 다른 사람은 격식이나 유행을 좋아한다. 평소에 어떤 옷을 좋아하고 선호하는지 그리고 절대로 입지 않는 옷은 무엇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럼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늘 한번 자신의 옷장을 열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