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May 10. 2023

이건 아니야!

인스타를 보다가 요즘 입시 미술생들의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짤이었다. 아마 이 영상을 올린 사람은 고등학생들이 정말 사진처럼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짤을 보고 마음이 참 안타깝고 답답했다. 아니 심지어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린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건지..


예술의 가치는 창의성이고 독창성이다. 물론 기본적인 드로잉이나 페인트 실력이 있어야 하지만 미술이야 말로 think! out of the box, 어떤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시각과 해석이 필요한 학문이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기술적인 면에만 머물러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이나 한국식 입시 미술로 대학을 들어온 아이들은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늘 창의적 사고나 독창성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고백한다. 많은 미술대학 교수들이 처음 한국학생들의 그림 실력엔 무척 놀라지만 학년이 지나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워한다. (물론 학교를 다니면서 그 틀을 깨부수고 나오는 학생들도 있다. ) 


이런 창의력이나 유연한 사고를 키우는 방법의 시작은 아이들의 주도성에 달려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미술공부를 했다. 나도 드로잉과 페인트 수업을 수도 없이 많이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똑같은 인물의 사진을 나눠주면서 똑같이 그려보라는 수업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은 교수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이미지들을 스스로 찾아오게 하거나 교수들이 아주 많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와서 학생들이 선택하게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관심이 있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이미지가 다 다르기 때문에 별로 비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그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똑같은 그림을 나눠주고 같이 그리게 하면 분명히 비교가 된다. 잘 그리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드러난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어쩌면 비교하고 등수가 나눠지게 될 것이다. ( 위의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이 그림을 완성하고 잘 그린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았길 정말 바라본다. ) 아마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빠르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을 가르치는 과목에서 만큼은 아이들에게 주도적으로 주제를 선택할 기회를 어느 정도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예술뿐만 아니라 일상의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미래세상에서 AI와 맞서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능력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자유와 그리고 그 자유를 책임지고 해결해 보는 연습인 것은 모르는 부모가 많다. 그렇게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또 거기서 만나는 문제와 어려움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 창의성의 기본인 것이다. 그러니 주도성도 없고 어려움 없이 도착한 목적지엔 창의성이나 성취감, 뿌듯함이 있을 리 없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빨리 안정되고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지름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 아이들이 자란 후엔 이런저런 훈계를 늘어놓으며 어떤 길이 지름길인지 어떤 것이 안정된 삶인지 알려준다. 눈에 뻔히 보이는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 아이들을 다그치고 더 빨리 가는 법 더 먼저 도착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정말 위험한 양육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고 이겨낼 힘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갖게 해 주는 것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힘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스스로 선택할 힘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지녀야 할 진짜 사랑은 편안한 꽃길로 가도록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설령 진흙탕길을 걸어가고 가시밭길을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것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고 가끔 넘어지고 헤맬 때 손잡아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믿는다. 멀쩡하게 편안한 길을 놔두고 굳이 힘든 길을 가는 자녀를 바라보는 것이 부모로서는 당연히 괴롭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부모마음 편하자고 아이를 내 뜻에 굴복시키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이들은 진흙탕길 가시밭길을 마쳤을 때 앞으로 어떠한 길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그런 사람이 되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정말 사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워스트 (Worst)는 오직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