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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May 26. 2023

타투해도 돼?

"엄마, 나 이제 어른이잖아. 나 타투해도 돼?"

미국나이로 만 19살이 넘은 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물었다. 미국은 타투가 머리 염색하는 것처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취향일 뿐이다. 거기다 한국처럼 타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적어서 타투로 인해 직업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나 타투의 의료적 위험성이나 다른 문제를 떠나서 자연스러운 것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는 딸아이가 타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럴 때 보통 엄마들은 두기자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흔한 반응으로는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절대 안 돼! 너 타투하기만 해 봐" 혹은 조금 쿨한 엄마라면 " 그래! 네가 하고 싶으면 네 맘대로 해"로 나타날 것 같다.


나는 " 그래? 타투가 왜 하고 싶은데?" 라며 다시 되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자기 눈에 예뻐 보인다며 한 번은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엄마한테 동의를 구한다면 엄마는 동의해 줄 수는 없어. 0000, 0000 등 이런 이유 때문이야. 하지만 네가 그래도 굳이 꼭 하고 싶다면 엄마도 어쩔 수 없잖아. 그 정도 마음이면 엄마가 반대해도 엄마 몰래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네가 말했듯이 너도 성인이고 네가 비용을 지불하고 책임을 지겠다는데 엄마도 할 수 없지 뭐"라고 했다.  


딸은 아마도 쿨한 엄마처럼 한번에, 동의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니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되어주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이길 바란다. 그래야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심전심이야 말로 인간관계에 가장 최악의 전제이다. 많은 관계가 이 생각 때문에 깨어지고 무너진다.


부모는 자기가 자녀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해서 함부로 대한다. 아이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지시한다. 그리고 많은 부부들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원망하고 분노한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린 가족이니까 사랑해서 결혼했으니까 "한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피를 나눈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우린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전제에서 시작해야 관계는 좋아진다.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서로 알려고 노력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각자가 다른 생각과 가치관과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서로 조율할 수 있게 된다. 늘 항상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이 아니어도 잘 지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내가 딸의 의견을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딸이  내 의견을 무시하고 타투를 했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린 그냥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뿐이다. 이런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알기에 여전히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2첩 반찬을 차려놓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12가지 반찬은 음식을 낭비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무조건 아껴야 잘 산다는 사람이 있고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해서 즐기고 살자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이 옳은지 명확하게 분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삶의 태도와 생각의 차이 때문에 우린 한마음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가까운 사이에서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것을 "존재적 거부"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그래서 분노하고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이래? 어떻게 내 의견을 무시할 수 있어?왜 내 마음을 모르지?" 라며. 물론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상대방이 나의 생각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무작정 반대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피를 나눈 가족이어도 사랑으로 묶인 관계라도 우린 다른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내 뱃속에서 낳았어도 기질도 다르고 취향과 성향도 다르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습관이나 가치관도 다르다.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욕심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무너지게 한다.   더 성숙하고 큰 사랑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이 인격이고 인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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