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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Aug 10. 2023

인생은 타이밍!

결혼한 지 21주년이 되었다. 우린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를 빼고는 웬만하면 결혼기념일만큼은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오히려 이런 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기도 하다. )각각 연령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평소에는 남편과 둘이서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께 부탁을 하기도 했고 큰 딸이 크고 나서는 딸이 두 동생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올해도 큰 딸은 자신이  애들을 볼 때니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고 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올해는 다 같이 외식을 가지고 했다. 이렇게 온 식구가 함께 다닐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편과 둘이 조용히 오붓하게 있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한탄했는데, 요즘은 가끔 주말에  집에 있다 보면 둘만 남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학생인 큰 아이는 일을 하러 다니거나 친구를 만나느라 얼굴 보기 힘들고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은 어떤 날은 밖에서 친구들과 노느라 또 어떤 날은 방에서 게임하느라 얼굴 보기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남편과 둘만 거실에서 우두커니 마주 본 적도 있었다. 생각보다 둘만 남게 될 시간이 빨리 다가온 듯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육아도 끝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하나 둘 이 집을 떠날 것이고 그땐 정말 하루종일 남편과 둘이만 있어야 할 시간 할 텐데 굳이 결혼기념일이라 둘이면 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언젠가 아이들이 다 떠날 때가 올 텐데 지금은 함께 추억을 만들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인생의 타이밍이 아닌가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돈 벌고 나면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 혹은 나중에 이 일만 잘 되면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타이밍은 자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따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사업이 번창하면 좋은 부모노릇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적으로 모든 면에서 안정이 되었을 때 그제야 아이들을 찾고 챙겨주려고 하지만, 그땐 이미 자녀들은 더 이상 부모의 손길이 필요치 않다. 아니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부모는 오히려 부담스러워진다. 아이들이 부모가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꼭 있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부부도 마찬가지이다. 황혼이혼이니 졸혼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현재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지난날 함께 서로 간의 관계를 친밀하고 견고하게 쌓아 올리지 못한 결과물일 뿐이다. 따라서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을 나의 타이밍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타이밍에 맞추어야 하기에 관계가 어렵다. 서로의 타이밍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결혼을 하고 막 아기가 생긴 젊은 부부들의 삶은 참 고단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인생에서 중요한 타이밍들이 한꺼번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과 사회에서 실력도 키워야 하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하고 자녀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더불에 주변의 가족과 형제들도 등한시할 수가 없다. 한 가지에만 올인하면 후에 분명히 구멍이 생기기 되어 있고 후회를 불러오게 된다. 어그러진 배우자와의 관계나 자녀들과의 불통 혹은 반항등이 중년 이후에 반드시 기다린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정 안에서의 중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모두 균형 있게 끌고 가야 하기에 참 정신이 없고 힘들다.  그래서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나만 무능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너무 많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 든다면 너무나 정상적인 것이고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균형 있게 적절히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나중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나중에 내가 00 하면, 나중에 자리 좀 잡으면 이라고 시간을 미루지만 그땐 그 사람의 타이밍이 아닐 확률이 높다.  힘들지만 삐걱거리면서 어렵게 발맞추어간 현재 인생의 타이밍들이 중년 이후의 나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줄 확률이 높다.그리고 앞으로 우리 인생의 중년과 노후는 엄청 길어질 전망이다. 정신없이 바쁠 때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자녀와 배우자와의 관계가 인생 후반을 든든하고 안정감 있게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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