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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Aug 18. 2023

요리하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인생 처음으로 한인마트에 가서 엿기름을 찾았다. 혹시 모를 실패를 대비해서 넉넉히 4 봉지를 들고 나왔다. 아이들에게 식혜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좀 비싸긴 해도 미국에도 한국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다. 바나나 우유, 식혜, 투게더 등등 한국 물건들이 꽤나 들어온다. 그리고 마트에 갈 때마다 아이들은 1.5 리터에 담긴 식혜를 사달라고 조른다.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수 보다 조금은 나을지 몰라도 설탕물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아이들 셋이 번가라 가면서 한잔씩만 마셔도 식혜는 금방 없어진다. 먹는 것이  삶의 큰 의미이자 목적인 우리 가족에겐 너무 중요한 문제이다. ^^  좋아하는 걸 못 먹게 하느니 그냥 집에서 건강하게 만들어 먹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난생처음으로 식혜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웬만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건 여러 가지 있유가 있어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엄마나 가족들이 음식에 별 감흥이 없는 분들이라면 구지 꼭 요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첫 번째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이다. 세상 온갖 맛있는 음식들을 다 맛보며 사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실 건강을 따지고 본다면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아이들도  아무런 제재나 한계를 두지 않으면 사탕, 과자, 초콜릿, 빵등을 너무 흔하고 너무 많다. 어딜 가나 너무 넘쳐난다. 가끔은 저렇게 하루에 설탕을 많이 섭취해도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설탕뿐 아니라 짜고 단 음식들도 너무 많다. 인스탄트식품이나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유독 더 심하다. 먹고 나면 혈관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버리면 어른이 되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요즘 현대인들이 자주 걸리는 성인병들의 주 요인은 사실 생활습관병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쁜 걸 알지만 못 끊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집에서 요리를 하려고 한다.  내가 요리하면 어쨌든 좋은 재료를 쓰고 나쁜 것은 되도록 넣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도 다지거나 으깨어서 꼭꼭 숨겨서 먹일 수 있다.  다행히도 이렇게 먹인 덕분에 세 아이는 모두 한식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삼겹살엔 무조건 김치, 비빔국수엔 녹두전이 최고의 궁합이야를 외칠 정도로... 물론 아이마다 싫어하는 채소나 반찬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골고루 잘 먹는 편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내가 차려준 나물이나 된장찌개, 김치찌개, 녹두전, 두부조림등과 비슷한 건강한 한식을 찾아서 먹길 하는 소망이 있다.


두 번째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요즘은 미국마켓이나 한국마켓을 가도 정말 밀키트도 많고 가공식품들도 많다. 식당에서 모든 음식이 거의 포장이 되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솔직히 요리가 너무 편해졌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포장지만 열어서 다시 끓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음식하고 남은 포장지, 비닐, 양념통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너무 들었다. 한 끼 편하게 먹자고 이렇게 쓰레기를 만들어도 되나 싶었다. (특별히 우리 집은 식구가 많아 쓰레기가 유독 더 나오기도 한다. ) 정말 라면만 5개 끓여도 비닐봉지랑 수프봉지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100% 인스턴트나 포장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집에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에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해서 고작 이 정도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서글프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요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일상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라고 했다. 나도 기억해 보면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 녹두전, 식혜, 꼬막무침, 게찜, 쥐포 튀김등을 해 주셨을 때가 참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어른이 되고 나니 엄마의 요리가 나에게 너무 귀한 추억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후에 어른이 되어도 분명 " 엄마표 요리' 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척척 만들어 주고 그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쌓여가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집 아이들에겐 돈 잘 버는 엄마보다, 똑똑한 엄마보다, 잘 나가는 엄마보다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엄마가 가장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 행복한 기억들이 쌓여서 후에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이겨냈으면 하는 큰 소망(?)이 있다.


난생처음 해보는 식혜였지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ㅜㅜ) 1.5 리터 3병을 꽉꽉 채우고 났더니 너무 뿌듯하다. 아이들이 맘껏 먹어도 걱정도 불안도 없을 것 같아서 그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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