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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ul 27. 2023

머리숱이 많으면 불편한 점


나도 풀어헤치면 이정도 되는 것 같다 ㅎㅎ



현대인들의 많은 고민이 탈모라고 하던데 나는 운이 너무 좋게도 머리숱이 무척 많다.( Thanks to mon and dad) 다만 머리숱이 많은 것이 장점이 된다는 것은 서른쯤이나 넘어 완전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어른들이 지나가면서 꼭 한 마디씩 하셨기 때문이다. 삼분의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엔 너무 많은 머리숱이 나의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상에선 생각보다 불편한 점은 꽤 된다.


첫 번째 꼬꼬마 시절 일단 머리 감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일주일에 한 번 가던 목욕탕에서 허리까지 길러놓은 머리를 감는 것은 곤욕이었다. 정말 머리를  물에 담갔다 빼는 순간 ( 거짓말 좀 보태서) 허리를 들 수가 없었다. 내가 허리 아프다고 징징거리니 머리를 감겨주시는 엄마도 힘들었다.  꼼지락거리다 등짝을 많이 맞았다. (지금도 오래 걸리고 샴푸와 린스를 많이  쓴다.) 그래서 머리 감아야 하는 일은 나에게 큰 일이다.


두 번째 나의 가슴 아픈 추억은 예쁜 머리 방울과 헤어핀을 하지 못했다. 장난감도 흔하지 않던 어린 시절, 시장 좌판에 널려있던 알록달록 방울들과 왕만한 리본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촌스럽지만)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 번도 사주신 적이 없다. 왜냐하면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울은 2번을 돌릴 수가 없었고 헤어핀은 택도 없었다.  엄마 몰래 자동헤어핀을 샀다가 부러진 적이 많다. 하지도 못하는 방울을 너무 갖고 싶어서 가지고만 다닌 적도 있다.( 그래도  요즘은 어떤 건 잘 맞는다 ^^)그래서 나는 늘 긴 고무 끈만 하고 다녔다. 그것이 한이 되어 딸을 낳고 미친 듯이 예쁜 방울과 헤어핀을 모았던 적이 있다. ㅎㅎ


세 번째가 결정적인 콤플렉스를 만든 계기이다. 머리숱 많은 사람에게 단발은 굴욕을 선사한다. 머릿결이 차분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아닌, 나처럼 약간의  곱슬과 모발이 굵은 사람에게 단발은 삼각김밥 헤어스타일이 된다. 학교 다닐 당시 중고등학교가  단발이 의무였기에 아침마다  붕 뜨는 머리를 진정시키느라 애쓴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드라이를 머리를 띄우기 위해 하지만 나는 항상 머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다. 다행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매직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매직으로 나도 평범한 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네 번째는  미용실에서 눈치가 엄청 보였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가던 곳만 가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일단 처음 방문 하는 곳은 머리를 만지자마자 ' 어머~ 머리숱이 진짜 많네. 좋겠다' 그리고 혹 파마나 염색을 하시 시작하면 " 약이 두 배가 더 들어간다며" 구시렁거리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머리를 말거나 드라이를 할 테 미용사 분들이 한숨과 함께 어깨를  한 번씩 돌리시기 시작하면  미안하기까지 했다. 아마 지금이라면 팁을  더 드렸을 수도 ^^


다섯 번째 불편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머리 말리는데 오래 걸린다. 솔직히 나는 머리를 바짝 말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시간이 너-~~ 무 오래 걸리고 팔이 아프다. ( 미용사 분들의 한숨을 백번 이해한다.) 어렸을 땐 정말 물만 떨어지지 않으면 다녔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그럴 순 없는 노릇. 머리가 잘 마르지 않는다는 게 일상에서  어떤  불편함을 주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여름이 최악이다. 머리를 말리다 다시 땀이 흐른다. ㅜㅜ 샤워를 한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고 밖을 돌아다니면 젖은 머리가 스팀효과를 만든다. 머리에 뜨거운 물수건을 올린 느낌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묶을 수도 없다. 말리지 않고  묶으면 머릿속은 하나도 안 마른다. 꿉꿉해지기만 한다. 그래서 저녁때쯤 머리에서 덜 말린 수건 냄새( 걸레)가 나서 다시 감아야 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마지막으로  청소기가 잘 고장 난다. 남편은 늘 그 주범이 나의 머리카락이라고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날 닮아 숱이 많은 두 딸과 머리카락들이라고 했다. 로봇청소기는 세 여자들의 긴 머리카락에 둘둘 감겨 고장 난 적이 많고 그 뒷감당은 늘 남편이었다.


가끔 머리숱이 고민이신 분들은 나를 보고 이 정도 머리면 해보고 싶은 헤어스타일을 다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머리 잘 마르고 관리 쉬운 헤어만 고집하게 된다. 그래서 중단발에 숱을 왕창 친다. ㅎㅎ


생각보다 불편함 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면 "머리빨"이라고 주변에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부모님이 주신 좋은 유전자 감사하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샤워를 하고 머리 말리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나와도... 그래도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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