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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Sep 22. 2021

쉬어야 산다

소소한 일상

우리 동네엔 가끔씩 허밍버드 (Hummingbird)가 보인다. 말벌보다 좀 커 보이는 이 작은 새는 일초에 수십 번의 날갯짓으로 잽싸게 이쪽저쪽을 날아다니다가 가끔 꽃나무나 나뭇가지에 숨는다. 그러다 또 잽싸게 벌처럼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실 자세히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허밍버드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 앞 차고 문을 열어 놨더니 앞마당 나무에 놀러 온 아이가 무슨 생각인지 집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온통 벽과 창문인 집에서 당황하여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그 아이가 겁이 먹을까 봐 창문만 활짝 열어놓고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우리가 도와주려고 조금만 다가가도 지레 놀라 날아가버려 가까이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창문이 열어 놓았으니 공기 냄새를 맡고 날아갈 법도 한데, 천장과 벽을 부딪히기만 할 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날아다니기만 했다. 한 3-4분쯤 지나니 미친 듯이 날갯짓을 하면서 날고 있는 아이가 지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이 올라가 보았다니 아니나 다를까 천장에 작은 핏방울이 튀어 있는 것이다. 어디 앉을 때도 숨을 때도 못 찾은 아이가 너무 오래 날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너무 심한 날갯짓에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남편이 할 수 없이 바구니를 이용해 창문 쪽으로 밀어내 주자 그래서 다행히 집 밖으로 날아갔다.


그 허밍버드를 보면서 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현대사회는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동물인 인간은 쉬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휴식이나 휴가니 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마저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 아니면 휴식이나 휴가에도 육아를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자신을 몰아세우는 사람도 많다. 그런 시간에 정말 마냥 놀다간 나만 뒤떨어질까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열심히 움직이고 일하기 위해선 잘 쉬어야 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닐 뿐더러 사실 기계도 십 년 이상 쓰다 보면 고장나기 일쑤이다.  그러나 사람은 적어도 70-80년을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  그런 우리의 몸을 쉬지도 않고 쓰다 보면 고장이 날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과로사나 번아웃 증후군은 낯설지가 않게 된 듯하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가끔은 쉬어야 한다.  밤낮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과 염려에 시달리는 뇌는 절대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정신질환의 대부분은 뇌에 과부하가 온 것을 모르고 방치한 경우가 많다. 그것이 트라우마이든 스트레스이든 걱정이 든 간에.  그래서 사람에겐 잠이 중요하고 때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멍 때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 시간이  뇌가 그나마 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은 절대로 시간낭비가 아닌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쉬어야 한다.  쉬지 못하고 날아다니기만 한 허밍버드는 후에 날개가 찢어져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게 될 거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원하는 진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선 쉬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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