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는 판타지?

by 원정미

'폭싹 속았수다'는 윌메이드 드라마로 인기몰이중이다. 기승전결이 살아있고 모든 배우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처럼 연기력이 뛰어나다. 흠잡을 것 없는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를 보는 것은 너무 즐겁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의 캐릭터, 양관식 (박보검역)이 나에겐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 판타지에 가까운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첫 번째는 그 피지컬에 그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네에서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는 그저 그런 청년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현지인들 같아 보이는 배우사이에서 너무 뛰어난 외모가 극 중의 역할에 몰입을 방해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박보검 배우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오히려 평범한 외모의 남자배우가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두 번째가 진짜 이유이다. 극 중의 양관식은 그 시대에 나올 수 없는 남성상이다. 생각, 성품이나 행동등이 혼자서 너무나 앞서나갔다. 세상천지에 혼자인 애순이를 유일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남자임을 표현하고 싶은 듯했지만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1960년대 남아선호사상과 유교사상 거기에 미신까지 겹쳐진 제주 섬마을에 그런 남성으로 자란다면 이건 마치 환경과 주 양육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큐베이터에서 자랐다고 해야 할까 싶었다. 정말 그 시대 제주에서 이런 사람이 있었다면 돌연변이중 돌연변이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은 혼자 성장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의 아이는 분별력이 없다. 주 양육자와 그를 둘러싼 시대의 상황과 문화가 개인의 신념, 가치, 행동이 무의적으로 파고든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자연스럽게 생각과 마음에 흡수된다. 그래서 나쁜 것도 좋은 것도 대를 잇는다고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부모의 말투, 생각, 행동을 닮아가게 되어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전쟁직후 제주도이다. 사람들의 교류가 적은 섬마을에서 남아선호사상과 효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던 시절에 태어났다. 당연히 아이는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학교나 동네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법으로 여기기 된다. 남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자를 차별하고 하대하는 것이 시대의 기준이고 문화였고 법도였다.


하지만 양관식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런 경우는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보고 자랐거나 아니면 다른 교육이나 철학책, 문학 등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아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양관식은 공부엔 별로 흥미도 없고 학교에서도 운동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1960년대를 살면서 마치 2020년대 남자들이 자신의 여자를 지켜주기 위한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 그 괴리가 보는 내내 거슬렸다.


아이는 부모의 소망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모를 보고 흡수하며 자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드라마는 나에게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마치 양관식은 마치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처럼 할머니 부모 그리고 그 당시 학교교육등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유니콘처럼 보인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진보적인 생각과 행동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아이가 혼자서 스스로 깨우쳤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는 진정 돌연변이이고, 돌연변이는 흔치 않다는 걸 잊지 말자.


드라마에서 보인 세월이 흘러도 지고지순하게 아내만 사랑하는 관식이를 보고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관식을 찾는다면 실망만 하게 될 것이다. 그건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유니콘을 찾으려고 하는 것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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