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5년 7월부터 시작된 캠핑카여행 덕분에 아이폰의 영상과 사진이 꽉 차 사진을 더 이상 찍을 수 없게 되었다. 부랴부랴 스마트폰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운전하면서 찍은 동영상도 꽤나 많았다. 그냥 '삭제'버튼을 누를까 했지만 자세히 보니 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캠핑카라는 여행의 특수성 때문에 참 많이 달리기도 달렸다. 짧게는 20-30분에서 길게는 하루에 6시간 넘게 달리기도 했다.
5개월 동안 캘리포니아를 포함해서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텍사스를 지났고 25군데 넘는 캠핑장에서 보냈다. 그 보다 더 많은 도시를 구경했고 더 많은 길을 찾아다녔다. 덕분에 5개월 동안 거의 2만 마일( 1마일은 1.6킬로에 달한다)을 달렸다. 2만 마일의 길은 사막을 가로지르고, 바다옆을 지나가고 산을 넘고 복잡한 도시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푸르른 하늘에 그림 같은 구름을 보기도 했고 가다가 멈추고 싶은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황량한 사막이나 대지만 몇 시간 동안 달렸다.
그 당시 조수석에 앉아서 정해진 장소로 옮기는 그 시간들이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도 2시간이 넘어가면 지루한 장기 운전에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과정이 없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었다. 길 위에서 ‘헛되게’ 보내는 것 같았던 그 과정도 여행의 일부였음을 깨달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꼭 목표나 성공을 해야만 인생의 목적이 이루어지고 의미 있는 삶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하루하루 그것을 향해 가는 우리의 모든 순간순간이 인생이고 삶이었다. 목적지가 화려하고 멋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는 과정도 그만큼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이었다. 무조건 남들보다 빨리 도착하고 앞서고 싶지만 그렇게 속력을 내다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캠핑카를 타고 운전을 하고 다니지 않았다면 내가 보았던 수많은 아름다운 길 위의 풍경등을 하나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들을 버터 냈기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을 훨씬 더 크기도 했다.
생명이 소중한 것은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어렵고 또 그것은 10개월 동안 키워내야 하기에 귀한 것이다. 때문에 10개월 후 아기를 품에 안을 때의 환희와 기쁨이 넘치고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나아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아이가 어서 자라 어른이 되어 잔소리하지 않아도 될 순간이 오길 바라지만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부모와 자녀의 사이는 절대로 가까워지기 힘들다. 육아라는 길고도 힘든 과정이 부모사이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에 지름길이란 없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누구보다 빨리, 먼저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커리어도 인간관계도 과정이 없이는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기 어렵다. 모든 과정은 지겹고 지루하지만 그것이 원래 인생이라는 한 부분임을 여행을 통해 배우고 있다.
인생이 여행 같고 여행하면 인생을 배운다는 말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2026년 내 삶이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달라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여정을 이제 답답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충분히 즐기며 감사하며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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