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의 대도시중의 하나인 엘레이엔 유명한 미술 박물관들이 많다. 캘리포니아 산호제에 살면서 그나마 자주 가던 엘레이를 방문할 때마다 시간이 나면 미술 박물관을 들리곤 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이 바로 게티 뮤지엄이다. 20여 년 전에 큰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할 때쯤 소풍처럼 즐거운 좋은 추억을 남기고 왔었다. 그 기억을 살려 지난 7월 캠핑카 여행을 시작하며 엘레이를 방문했을 때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다시 들렀다. 20년 세월 동안 혹시나 옛날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뮤지엄은 더 멋있고 더 활기찼다. 오히려 과거와 달리 방문객이 너무 많은 탓인지 입장 날짜와 시간을 정해야 하는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그 많은 미술 박물관중에 왜 게티 뮤지엄이 나의 최애 박물관이 되었냐면 일단 입장료가 무료이다. (단 주차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가이드 투어도 예약시간만 잘 맞추면 무료이다. 국가나 캘리포니아주에 소속되지 않은 이 박물관은 여전히 설립자 Paul Getty의 재단에서 운영되고 있다. 무료 박물관이기에 시설이나 위치가 다른 박물관들보다 허접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게티 뮤지엄은 엘레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하얀색 대리석으로 정말 아름답게 지어져 있다. 건물자체만으로도 작품 같은 곳이다. 총 7개의 빌딩주 4개의 빌딩이 아트 뮤지엄으로 이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교육과 미술 연구과 보존등에 이용되고 있다. 미술관은 각빌딩마다 각기 다른 주제와 미술양식을 전시하고 있다. 대부분은 게티의 개인 소장품이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게티 뮤지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술관은 미술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을 없애주는 곳이다. 한마디로 미술관의 문턱을 확 낮추어 주었다. 일단 주차를 하고 트램을 타고 5분간 언덕을 올라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도착해서 한눈에 보이는 엘레이 풍경이 두 번째 감동을 준다. 거기서 그냥 사진 찍기 위해 가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곳이다. 거기다 미술관 옆으로 아름다운 잔디밭과 공원이 펼쳐져 있다. 예쁜 꽃들과 나무들을 보면서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가끔씩 이 정원에서 시낭송회나 음악쇼를 하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연인이나 가족들끼리 소풍으로 올만한 곳이다.
거기다 미술관의 소장품은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중세 유물부터 중세시대 그림, 유럽풍의 회화와 도자기와 조각까지 다양한 작품이 4개 빌딩에 주제에 맞춰서 나누어져 있다. 때문에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사 얼마든지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물론 반고흐나 램브란트, 모네나 마네 같은 아주 유명한 작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
게티 뮤지엄이 특별한 이유는 미술관을 넘어 지역사회에 문화예술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지역 놀이터 혹은 도서관 같다. 좋은 동네일수록 놀이터와 도서관이 많고 시설이 잘 되었있음을 느낀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공평하지 않지만 놀이터와 도서관은 그나마 교육과 놀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게티 미술관은 예술도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혜택을 무료로 즐길 수 있기에 얼굴도 모르는 게티 할아버지(?)에게 감사하기까지 하다. 미술관은 어렵고 혹은 지루할 수 있다는 관념을 깨고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미술관이다.
석유회사의 CEO였고 1956년에 최고 부자였던 폴 게티는 사실 엄청난 구두쇠에 짠돌이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이 바로 예술작품을 사는 것이었다. 그는 예술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예술이야말로 여유 있거나 사치스러운 삶의 소유물처럼 여기던 그 당시에 무척 이례적인 사고였다. 하지만 그의 믿음과 철학이 지금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중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든 없든 엘레이에 갈 일이 있다면 꼭 가볼 만한 숨은 보석 같은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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