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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Oct 04. 2021

공부를 못해서 속상한 너에게

학교는 공부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곳이란다.

공부가 어렵고 잘 되지 않아 많이 속상하지? 특별히 한국은 네 나이에 공부를 못하면 참 불리한 게 많은 나라란다. 엄마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 엄마 어릴 때도 그랬거든. 세월이 3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제도나 방법은 하나도 발전하지 않은 것 같아서 무지 속상하단다. 오히려 예전보다  경쟁은 훨씬 심해지는 것 같아서.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 줄넘기니 한문이니 하는 걸 더 완벽하게 시키겠다고 학원을 보내는 문화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단다. 그래서 엄마의 기본 절칙은 너희가 원하지 않는 학원은 강요하지 않는 거야.


엄마는 이미 학교에서 너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다만 요즘은 다들 다른 곳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오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학교의 기능이 많이 떨어졌지. 그리고 당연히 선행학습을 하고 온 아이들이 월등히 잘할 테니까. 때문에 너처럼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간 학생들은 뒤쳐지게 느껴지기도 할 것 같아. 하지만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사실 네 나이 때 공부 잘하지 못했어. 그래도 사는데 아무 문제없단다.


사실 공부를 엄청 잘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 첫째는 당연히 타고나는 게 좀 있어야 해, 안타깝게도. 이렇게 타고나는 아이들은 암기와 논리 같은 게 어렵지 않은 아이들이겠지. 학교 공부는 당연히 이런 아이들이 잘한단다. 그 말은 너에겐 공부 말고 다른 재능이 있다는 말이기도 해.  그러나 공부도 분명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


아이큐나 타고난 재능이 특출 나지 않더라도 인간의 뇌는 잠재력이 참 많단다. 뇌는 쓰는 만큼 발전하거든. 그래서 네가 노력하고 애쓰는 만큼 성과를 발휘할 수 있어. 단, 그 노력과 애씀이 합리적이고 지혜로워야 한단다. 단순히 무조건 시간만 많이 보낸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야. 엄마가 어릴 적 무조건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 가지고는 안되더라. 공부는 집중력 싸움이었거든. 관심과 집중력 없는 공부는 사실 시간낭비 일 때가 많아.


그러니 네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해. 엄마는 어릴 때 마음이 불안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 바보라고 놀리는  그 말을 철떡 같이 믿고 있었거든. 그러니 불안하고 바보라고 생각하는 내가 집중이 될 리가 있었겠니. 책상에 8시간씩 앉아서 공부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오더라. 그러니 네가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단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공부의 원래 목적은 성적을 잘 받는 게 아니라는 거야. 한국 문화는 공부를 하려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고 그래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얹어서 좋은 삶을 살 거라는 이상한 신화에 사로 잡혀있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단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좋은 대학을 나와도 자신의 삶의 목표와 의미가 없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 엄마가 인생을 이만큼 살아보니 그게 보이더라.


그 말은 공부를 좀 잘하지 못해도 자신의 삶에 목적과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 훨씬 인생을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더라. 물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공부 잘했냐? 무슨 대학 나왔냐? 하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잠시 잠깐이거든. 엄마 나이 마흔을 넘어가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대학을 나오고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더라. 다들 대학을 나오던 안 나오던 자신의 삶에 성실히 산 사람들은 엄마 나이쯤 되면 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되어 있거든.


대신에 그건 보이더라. 행동에 인품이 나타나고, 얼굴에 기쁨과 감사함이 있는지, 혼자 고립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평안하게 소통하며 지내는가가 오히려 그 사람의 삶을 질을 정할 때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니 지금 네 나이에 네 친구들과 비교해서 좀 뒤처진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길 바래. 생각보다 인생은 훨씬 길고 엄마가 생각하기엔 인생의 후반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인생 초년의 행운과 성공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 믿거든.


그렇다고 엄마의 말이 공부를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야. 학교에서의 공부는 네 나이에 알아야 할 상식과 도덕 그리고 합리적 사고를 키워주는 장소이니까. 네 나이의 뇌는 아직 자라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자극과 도전, 호기심을 제공해서 네가 바르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네 삶에 좋은 결정을 하게 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곳이니, 잘하든 못하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건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란다.


그리고 또 하나 공부는 인내심과 자기 통제력을 키워주는 제일 좋은 방법이란다. 잠자고 싶은 거 참고, 게임하고 드라마 보고 싶은 거 참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그것을 참으면서 하기 싫은 수학공식, 영어단어를  억지로 외우면서 너를 길들인 시간들이, 후에 네가 세상에 나와서 더 많은 인내과 성실함을 요구하는  삶의 터전에서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니까.  엄마는 이 능력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위 공부 잘하는 애들은 뭐든지 잘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거야. 공부를 잘한 아이들은 알거든.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을 했을 때 후에 오는 보상을.


지금 너무 공부가 하기 싫고 어렵겠지만, 엄마는 그냥 포기하지 않고 따라갔으면 좋겠어.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지금 그 싫은 마음을 붙잡고 엉덩이를 붙이고 꾸준히 노력하는 그 태도가 어쩌면 가장 훌륭한 거니까. 그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전보다 많이 아는 것이 생길 거야. 네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네가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절대로 다른 아이들과 너를 비교하지 말고, 알겠지?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 평생 공부야. 오히려 엄마는 성적과 등수로 배우고 익히는 것에 너무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공부라는 것 자체에 혐오감과 반감이 생기면 오히려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주거든. 그러니 엄마는 잘하지 못해도 지금 네가 학교 다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흥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흥미와 재미를 느끼면 사람은 스스로 알아서 배우려고 하게 되어 있거든. 그렇게 평생 네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배우고 알아가기를 노력하는 네가 되길 바래. 그냥 지금처럼 하면 돼.너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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