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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엘 Jan 29. 2024

완벽하지 않은 오리

아빠와 함께 대구 동성로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샵을 방문했다. 집에 걸어둘 포스터를 구경하는데, 가게 사장님께서 한 포스터를 언급하셨다.


그 포스터는 오리 그림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망울과 삐죽 튀어나온 몇 가닥 털, 대충 그린 듯한 서툴고 부족한 느낌. 짠하고 서글펐다.


"전 이 포스터가 좋아요.

뭔가 조금 부족한 게 우리들의 자화상 같기도 하고요"


나는 물끄러미 포스터 속 오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결국 난 그 포스터가 아닌 다른 작품을 골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스터 속 오리가 생각이 난다.


어쩌면 그 오리는 서툴고 부족한, 그래서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내 모습 같아서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포스터는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선택을 받고 그의 공간 속에서 사랑받지 않을까.


문득 인사동에 위치한 작은 단골 카페가 떠오른다.

카페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가끔은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이 아닌,

변방에 서서 삶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 테두리에서 벗어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니 그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그리고 테두리 밖의 삶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군중 속에 섞여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완벽할 필요가 없는데 완벽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젠 테두리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나의 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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