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엘 Feb 05. 2024

참 열심히 산다.

열심히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새해에 세운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작가라는 꿈과 점점 멀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전날 야근으로 인해 늦잠을 잤고 회사 통근 버스를 타기 위해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회사 통근 버스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유모차를 끌고 계시는 낯익은 할머니가 보였다.


 그 할머니는 동네의 유명한 캣맘이시다. 길고양이들에게 줄 사료와 간식을 유모차에 싣고 다니신다. 길고양이라는 공통사로 할머니와 나는 오며 가며 몇 번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나의 유일한 이웃주민이다.


 대장부 스타일의 그녀는 만날 때마다 늘 같은 이야기를 하신다. 돌보는 길고양이들의 오랜 역사부터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한 모든 투쟁의 여정까지.


 한 번 붙잡히면 30분은 기본이었다. 나는 지각을 면하기 위해 그녀에게 살짝 목례를 드리고 뛰어갔다.


 그 순간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우렁차게 외치셨다.


“참 열심히 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부끄러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고, 나는 “안녕하세요”라고 황급히 인사를 드리고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내 이름 석자가 동네에 울려 퍼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늦잠을 잤고 그저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을 뿐인데 나는 졸지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었다. 부디 내일은 뛰지 말고 우아하게 걸어가야겠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