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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엘 Jan 22. 2024

엄마 그리고 캄보디아

가끔 엄마와 단둘이 떠났던 캄보디아 여행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여행은 내게 따뜻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캄보디아의 교통수단인 툭툭이를 탔던 날이다. 나는 날씨가 좋아서 행복했고 달리고 있어서 행복했다. 엄마도 행복할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엄마를 살며시 바라보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엄마의 머리카락은 흩날렸고, 엄마는 은은한 미소를 살짝 머금고 앞을 응시하고 계셨다. 엄마의 표정은 따뜻한 햇살을 닮아있었다.


엄마의 행복한 미소는 주변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엄마가 행복해 보여서 나는 더 행복했다. 그날의 기억은 마치 구겨지지 않는 한 장의 필름 사진처럼 생생하게 내 삶에 박혀있다.


예민한 나와 고집이 센 엄마는 여행 중에 종종 다투기도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행복했다.


시간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우리의 수많은 시간은 다채로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여행을 다녀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가끔 그날의 엄마의 미소가 툭! 하고 이유도 없이 떠오른다.


나는 어느덧 서툴고 부족한 어른아이가 되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철없고 못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나약한 어른아이.


엄마는 나 때문에 이유도 없이 늘 죄인이 되었다. 엄마는 내 눈치를 보고, 나는 내 눈치를 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싫었다. 엄마에게 짜증을 내면 뒤돌아서서 후회하고 반성할 거면서, 나는 늘 늦게 깨닫는다.


이제 미래의 걱정과 불안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모른 척 지나치고 싶지 않다. 캄보디아 여행에서 발견한 행복처럼, 행복의 조각을 발견하고 수집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행복한 일상을 이어가고 싶다.


바다는 우리에게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어느 가을, 엄마의 뒷모습

수많은 가을이 오래오래 함께 이어지길.

*상단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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