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얼굴에 핀 장미꽃
반려묘 지엘이를 고양이별로 보내고 사진첩을 보니 온통 지엘이 사진뿐이었다. 부모님의 사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치 불효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부모님의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그 다짐 덕분에 어느 순간 나는 엄마의 전용 사진작가가 되었고 길을 걷다가 예쁜 풍경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엄마에게 포즈를 요청한다.
(경상도 남자의 표본인 아빠는 촬영 모델론 까다롭다)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던 어느 늦은 오후. 이름도 모르는 아파트 화단에 핀 장미가 새빨간 미소를 지으며 햇살 아래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엄마! 여기서 사진 찍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한마디에 그녀는 살짝 귀찮아하면서도 이내 소녀처럼 설레는 미소를 장착하고 장미꽃 옆에 서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다.
찰칵 소리와 함께 엄마의 얼굴에 장미꽃이 핀다.
그리고 그녀를 촬영하는 사진작가는 행복해진다.
사진은 최소 10장 이상을 찍는다. 사진을 찍고 포토샵 어플로 엄마의 주름을 살짝 지우는 보정을 한다. 먼 훗날 사진을 보고 엄마와 더 가까운 엄마를 떠올리기 위해 너무 과한 보정은 피한다.
보정이 완성되면 엄마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그녀는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변경한다. 그렇게 내 사진첩은 가족들의 사진으로 차곡차곡 채워진다.
더 많은 보정이 필요하기 전에, 엄마의 청춘을 기록해야지! 하고 오늘도 다짐을 한다. 나의 사진첩에는 반려묘 지엘이의 사진은 과거로 멈춰있지만, 또 다른 추억이 담긴 다채로운 사진들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