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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an 26. 2021

엄마와 '스타벅스 파이팅'

모녀의 취향

 5년 전 연말, 친구들과 처음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 내내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가득한 기념품 가게, 알록달록 예쁜 놀이기구들, 신나는 퍼레이드를 보면서 엄마가 왔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생각하니 마냥 즐거울 수 없었다. 엄마와 꼭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고 돌아와서 3개월 뒤, 나를 낳느라 고생한 기념으로 내 생일에 엄마와 다시 다녀왔다.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면 엄마가 얼마나 활짝 웃고 있는지.


 엄마의 짙은 쌍꺼풀도, 야무진 손끝도 닮지 않은 어린이 초롱은 궁금했다. 나는 엄마 딸인데 왜 엄마랑 다를까.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취향만큼은 뼛속까지 엄마 딸이라는 걸.

 엄마와 나는 귀여운 걸 좋아한다. 모으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귀여운 걸 모은다. 귀여운 걸 사러 여행을 다니고 마트에 가고 인터넷을 들여다본다. 인형부터 컵, 손수건, 양말, 모자, 냉장고 자석, 스티커 등 장르도 너무나 광범위해서 집에 오밀조밀한 것들이 넘쳐난다. 그런 우리에게 최근 가슴 설레는 소식이 있었다.


 엄마 집 내 방에는 큰 유리장이 있는데 절반 정도를 플레이모빌이라는 작은 피규어가 채우고 있다. 이 귀여운 장난감이 스타벅스와 협업해서 출시됐다. 우리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엄마가.

 "봤어? 너무 귀여워, 진짜."

 "응, 봤지. 다 살 수 있을까?"

 "그럼, 당연하지!"

 피규어가 나오던 첫날, 우리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당황했다. 시리즈를 다 모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엄마는 나보다 강했다.

 -그래도 사야지! 목요일에 파이팅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손으로, 입으로 한참 웃었다.


귀여움엔 끝이 없고


 지난 주말 오랜만에 엄마 집에 하룻밤 자러 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돋보기를 맞추러 간다길래 따라나섰다. 엄마가 은근히 물었다.

 "우리~ 조이 한 마리(?) 사러 갈래?"

 "그럴까?"

 아직 장난감이 남아 있는 매장으로 엄마가 차를 몰았다. 엄마는 아이스 바닐라 라테, 나는 핫초코를 한 잔씩 샀다. 엄마가 한 모금 마시고 활짝 웃었다.

 "나 하나 더 갖고 싶었는데~ 너무너무 흡족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에서 보고 조이를 위한 가방도 제작


 대체 이 전염병은 언제 끝나서 다시 귀여운 걸 구경하러 다닐 수 있을까. 그래도 요 며칠 귀여운 장난감들이 엄마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어서 참 좋았다.


photo by 우리 엄마 란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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