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몰랐지롱
남편과 연애한 지 12년째 되던 해에 결혼했다. 청첩장을 받고 소감을 묻는 친구에게 나는 흐흐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우리가 만나자마자 애를 낳았으면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인 거야. 쩔지?"
12년이라는 시간을 이보다 더 임팩트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긴 연애에 대한 노파심 섞인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새로울 게 없겠다고, 신혼이 무색하게 지겨울 수 있다고. 내가 대단한 새로움을 추구했으면 연애를 12년이나 했겠냐고 받아치진 않았다. 그래도 손끝에 거스러미처럼 거슬리긴 했다. 한집에 살기 전까진.
결혼 직후 6개월은 주말 부부였기 때문에 우리의 동거는 이제 막 1년을 넘어간다. 직접 겪어보니 그동안의 걱정이 무색하게 하루하루가 새롭다. 만나서 노는 것과 같이 사는 건 확실히 다르다. 나는 12년 동안 몰랐던 남편의 모습에 자주, 깜짝 놀란다.
-스마트폰 중독
나는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급한 일 아니면 전화기는 안 보는 게 예의라는 원칙과 소신을 갖고 있다. 평소에도 전화기를 별로 안 써서 2~3일에 한 번 정도 충전한다. 이런 나를 잘 아는 남편은 연애 시절 나랑 놀 때 전화기를 거의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은 스마트폰 중독이었다! (충격) 남편은 화장실에서도, 아침 먹을 때도, 침대에 누워 빈둥거릴 때도 손에서 전화기를 놓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숨긴 거야, 대체? 12년이나? 엉?"
"여보가 싫어하니까 안 했지."
"지금도 싫어하는데?"
"(또박또박 단호하게) 이제 봐줘야 하는 거야. 같이 사니까."
"..."
남편은 기적의 논리로 나를 이겼다. 하지만 가끔 심술부리고 싶을 때는 전화기 전원 버튼을 막 눌러서 꺼버린다.
-희한한 습관
남편은 나보다 손도 크고 발도 크다. 그런데 그 큰 발을 시도 때도 없이 꼼지락거린다. 나는 너무나 궁금했다.
"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거야?"
"음... 심심하니까?"
밥 먹을 때도 꼼지락, 게임을 할 때도 꼼지락, 가끔은 잘 때도 꼼지락꼼지락한다. 볼 때마다 희한하고 (물론) 귀엽다.
-완전 산만해
이건 남편이 아니라 나. 짧은 시간 안에 뉴스 원고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집중력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그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산만한 줄은 몰랐다. 남편과 같이 살고 얼마 안 돼 우연히 발견했다.
"자, 보자보자~ 일단 이 책을 읽고~ (2분 뒤) 안 되겠다. 저거 먼저 보고... (1분 뒤) 내가 어제 구몬 했나? 보자보자~"
지켜보던 남편은 감탄처럼(?) 탄식했다.
"와... 진짜 산만해."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산만했던 거야?"
"그러게. 나 왜 산만하지?"
30년 넘게 살고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남편이라고 알 수 있을까.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신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