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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r 02. 2021

주말 아침 자동차 침입 사건

우리가 잠든 사이 트렁크가 열렸다

 어느 주말 남편과 집에서 거나하게 마시고 일찍도 잠들어버렸다. 휴대폰이 '윙'하는 소리에 눈을 뜬 게 일요일 아침 8시 즈음. 살벌한 몰골로 거실에 나와 다시 드러누웠는데 남편이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한껏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차에 갔다 왔어?"

 "나? 아니?"

 "... 차 문이 열렸다는데."     


 남편의 출퇴근 메이트 힌둥은 휴대폰 앱으로 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시동이 꺼지고 문이 잠기지 않으면 휴대폰으로 알람도 보내준다. 내가 들은 '윙'은 시동이 꺼져있는 상태에서 차 문이 열렸다는 알람이었다. 남편이 당황한 얼굴로 나왔다.

 "차 키 어딨어?"

 "바지 주머니에... 어... 없네..."

 허둥지둥 차 키를 찾았다. 다행히 전날 입었던 조끼 주머니에 있었다. 그럼 차 문은 어떻게 열린 걸까. 잠시 후 차를 보러 간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잠깐 내려와 봐. 누가 차에 들어왔다 간 거 같아."     


 트렁크에 전날 없던 손자국이 보였다. 남편이 휴대용 플래시를 내밀었다.

 "조수석에 이게 있었어. 차에 들어온 사람이 놓고 간 것 같아."

 님들의 앞날을 환하게 비춰 드립니다, 뭐 이런 건가. 괜히 목덜미가 시렸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차를 사고 처음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꺼냈다. 

 알파벳과 숫자가 잔뜩 적힌 파일들이 빽빽하게 컴퓨터 모니터를 채웠다. 문이 열렸다고 알람이 울렸을 즈음부터 녹화된 영상을 하나씩 확인했다.

 "이 사람인가."

 후방 카메라에 한 남자가 보였다. 마스크를 곱게 쓰고 의문의 플래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차로 다가와 트렁크를 붕, 열었다.

 "어어- 뭐야!"     


 아침부터 가족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키 없이 차 문 열 수 있어?

 -어떤 아저씨가 문을 열었는데

 -이상한 플래시도 놓고 갔어. 

 답장 대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키 없이 어떻게 문이 열려? 없어진 건 없어?"

 엄마 옆에서 그럴 리가 없다는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올해로 30년 넘게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어제 차 문 안 잠근 거 아니야?"

 "아닌데. 한 번 확인해 보라고 할게."

 전화를 끊고 남편한테 휴대폰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남편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응... 안 잠갔었네... 어제저녁에도 안 잠겼다고 알람 왔었어. 헤헤"

 "..."

 남자가 가진 건 차 키 없이 문을 여는 신기술이 아니라 안 잠긴 차를 알아보는 안목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세차하려고 바꿔뒀던 500원짜리 동전 10개를 털리고 문단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진상 파악 후 아빠 회사의 기술을 잠시 의심한 것에 대해서 심심한 유감을 표시했다. 오늘의 교훈은... 닫힌 문도 다시 보자,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m.encarmagazine.com/bible/bible1/view/107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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