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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pr 14. 2021

애플 워치, 의외의 기능

남편을 찾아줍니다?

 내 생일 겸 남편이 갖고 싶어 했던 애플 워치를 질렀다. 이렇게 비싼 걸 사도 되나, 그냥 남편만 사라고 할까 하다가 남편 살 때 안 사면 영영 못살 거 같아서 따라 샀다. 재고가 없어서 주문해놓고 며칠 기다렸다.

 "오오오오오 멋지다~"

 땀이 많아서 손목 시계를 써본 적 없는 남편은 몹시 즐거워했다. 배경화면만 바꾸고 금세 흥미를 잃은 나와 달리 이런저런 기능도 찾아보고 업그레이드도 하며 시계와 친해졌다. 


 처음에는 애플 워치를 정말 시간 보는 용도로만 썼다. 역시 괜히 샀나 생각하다가 복잡하지 않은 기능이라도 써보려고 인터넷을 뒤적였다. (인생이 복잡한데 시계마저 복잡할 수 없으니까요.) 다른 건 다 모르겠고 겨루기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애플 워치 사용자들끼리 움직이기, 운동하기, 일어서기 세 가지 항목을 공유하고 점수로 환산해서 승자를 가리는 것. 바로 남편한테 겨루기를 신청했다.  


 그날 저녁부터 우리의 겨루기가 시작됐다. 퀘스트에 진심인 남편은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나 오늘도 다 채웠다~ 내가 훨씬 많이 움직였네?"

 "... 대체 얼마나 돌아다닌 거야..."

 "내가 이겨야지~"

 "... 그래..."

 나도 출퇴근길에 한 시간 가까이 걷는데 남편은... 어떻게 따라잡을 수도 없을 만큼 차이가 나서 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충천하는 게 영 번거롭지만 아직은 잘 사용하고 있는데 오늘 의외의 기능을 발견했다. 어제 회사 일 때문에 집에 못 온 남편에게서 아침에 출근 잘했다, 못했다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할까 하다가 왠지 자존심 상해서(?) 말았다. 그래도 궁금은 했는데 문득 생각났다. 움직였는지 보면 되겠네! 


여보, 출근 잘 했구나


 이러라고 만든 기능은 아니겠지만 안 물어보고도 남편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니 애플 워치 짱! 겨루기는 계속 지고 있지만 왠지 이긴 것 같은 이상한 와이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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