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없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집에 갈 때마다 똥개 귀를 긁어줬더니 언제부터인가 나만 보면 머리를 들이민다. 내 손에 귀를 맡기고 머리를 조금씩 움직여 가며 가려운 부위를 긁어달라고 한다. 시원해지면 킁킁 콧소리를 한 번 내고 쌩하니 가버린다.
"야, 내가 귀 긁개냐?"
매정한 똥개는 들은 척도 안 한다.
남편은 여전히 등이 가렵다. ('남편은 맨날 등이 가려워' 참고) 회사에 있을 때 가끔 물어보기도 한다.
-오늘 등 긁어줄 거야?
잠들기 전에는 꼭 러닝을 훌렁 걷고 기다린다. 나는 전생에 효자손이었을까. 샥샥샥 등을 긁어주면 남편은 조금씩 움직여 가며 가려운 부위를 긁어달라고 한다.
"순이도 이러는데..."
"이건 순이놀이야. 으으으 시원해."
"..."
평생 손톱은 못 기를 것 같은 느낌.
똥개가 알아듣는 몇 단어 중 단연코 반응이 좋은 건 '간식'이다. 시큰둥하다가도 "간식?" 이라고 물으면 벌떡 일어난다.
"간식 줄게. 손 줘봐."
물론 의심이 많아서 쉽게 주지 않는다. 그 작은 손에 자존심을 걸었는지 주로 고개를 돌리거나 안 들리는 척을 한다. 간식을 보여주면서 손바닥을 내밀어야 잡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잠시 만났는데 제 주인(동생)을 믿고 왕왕 짖길래 간식을 보여줬더니 쪼르르 달려와 양손을 쭉쭉 뻗어가며 재촉했다. 나쁜 똥개.
남편도 간식, 군것질을 좋아한다. 혼자 살 때는 고물고물 시장을 돌아다니며 찹쌀 꽈배기와 호떡을 사 먹는 취미가 있었다. 지난 주말 내내 집에만 있었는데 방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뭐해?"
"헤헤. 꽈자 먹어요."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러니까 먹는 거예요."
이렇게 또 설득을 당하고...
남편은 회사 일이, 나는 팔자에도 없는 공부를 하느라 바빠서 요즘 브런치 아이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매주 하나씩 쓰는 것도 생각보다 품이 드는 일인데 애먼 남편을 붙들고 고민을 했다.
"나 뭐 쓰지?"
"순이랑 내 공통점을 써봐."
남편은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 중에 자기 얘기가 제일 재밌다고 확신한다. (조회 수를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긁어주는 거랑 간식 좋아하는 거? 그래도 세 가지 정도는 엮어야 한 편이 나와."
"순이랑 나랑 귀여운 것도 닮았어."
"..."
쓰다 보니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거지만 세상 제 위주인 게 둘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