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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r 08. 2021

엄마의 덕질

임영웅 님 사인 그 후

 며칠 전 시장에서 엄마를 만났다. 봄 냄새 킁킁 맡으며 돌아다니다가 리모델링한 팬시점에 들어갔다. 연필 못 사서 죽은 귀신이 붙은 나는 필기구류 코너에서 (또) 샤프와 볼펜 한 자루씩을 골랐다. 계산대로 가는데 연예인 사진, 열쇠고리가 잔뜩 걸린 매대가 보였다.

 "요즘도 이런 게 나오네."

 "이건 뭐야?"

 엄마가 손가락만 한 명찰을 보면서 물었다.

 "연예인 이름일걸.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명찰 가방에 달고 다니고 그러잖..."

 "영웅이도 있다!"

 그분 이름 석 자가 눈에 띄자 엄마는 급격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탁이는? 민호는? 동원이도 있나?"

 "... 글쎄."

 저런 건 책가방에 달아야 하는데 엄마를 위해서 하나 사야 하나. 명찰을 계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엄마가 귀여운 장바구니에 넣어서 찍으라고 시켰습니다

 

 예매와 취소를 반복했던 콘서트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공연장에서 우리 엄마만 손 허전하면 안 되니까 큰맘 먹고 응원봉도 샀는데 고이 모셔 두고 있다. 그러던 중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미스터트롯 전국 콘서트!

 언제 어디로 예약하냐는 물음에 엄마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멀리 가기도 그렇고 사람도 많을 텐데. 그냥 하지 마."

 "아니, 어째서? 왜? 진짜? 후회할 텐데?"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바꿨다.

 "니니 어머님 가신다고 하면 나도 갈게"

 

 니니 어머님도 미스터트롯 팬이셔서 작년에 니니와 나는 엄마들을 공연장에 모셔다드리고 근처에서 음주를 즐기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었다. 엄마의 의견을 니니에게 전했다.

 -엄마가 어머님 가시면 간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한테 전화해볼게

 (잠시 후)

 -우리 엄마는 초롱 어머님 가시면 간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모녀 동반 모임이 성사될 수 있을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이어리에 잘 보이게 적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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