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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n 11. 2021

신혼의 독수공방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남편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일을 하고 있다. 요즘은 성수기고 그래서 바쁘다. 원래도 야근이 잦은 편인데 지난주 금요일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다음 주 내내 집에 못 올 거 같아."

 우리는 결혼하고 6개월을 주말부부로 지냈다. 12년 연애까지 합치면 알고 지낸 세월의 대부분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남편의 외박이 그렇게 대형 이슈는 아니다.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1일 차

 월요일 아침, 남편은 갈아입을 옷, 속옷, 수건이 잔뜩 든 보따리 두 개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물었다. 

 "나... 독수공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가?"

 어휘력 증진 차원에서 독수공방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독수공방 

빈방에서 혼자 잠. 부부(夫婦)가 서로 별거(別居)하여 여자(女子)가 남편(男便) 없이 혼자 지냄을 뜻함 (출처: 네이버 한자 사전)


 독수공방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데 자정이 가까운 시간 전화가 왔다.

 "나 퇴근해..."

 "... 고생이 많습니다."

 자려고 누워서 한참 뒤척였다.


 -2일 차

 평소 남편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 6시 반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억울. 터덜터덜 퇴근하는 길에 또 전화가 왔다.  

 "나 집에 갈래. 가고 있어."

 "오잉?"

 피곤을 온몸에 휘두른 남편이 돌아왔다. 같이 편의점에 가서 맥주, 안줏거리를 샀다.

 "근데 있잖아. 나 이번 주에 신혼의 독수공방 쓰려고 했는데 여보가 왔네."

 "독수공방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왔다고 쓰면 되지. 반전." 

 여보, 보고 있나요? 쓰라는 대로 썼습니다.


 -다시 1일 차

 진짜 반전은 독수공방이 새롭게 시작됐다는 것.

 "잘 다녀와."

 야근에 출장까지 잡힌 남편과 다시 눈물의 이별... 은 아니고 나가기 전에 한 번 꽉 안아줬다. 힘내라, 4년 차여.


 -2일 차

시간은 드럽게 안 가고...

 

 -3일 차

 드디어 남편이 돌아온다. 퇴근하고 가면 있겠지. 회사부터 집까지 춤추면서 가야겠다.


 사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Night_Sky_Stars_Trees_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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