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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02. 2021

코로나가 끝나면 가고 싶은 곳

가깝고도 먼 그곳

 결혼하자마자 6개월을 주말 부부로 지낼 때 신혼의 로망 같은 게 있었다. 낮에 회사에서 열 받는 일이 있어도 저녁에 남편과 야불대다 보면 스트레스 쌓일 틈이 없겠지. 가끔은 집 앞에서 만나 반건조 오징어에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 얼마나 좋을까. 도장 깨듯 동네 맛집도 찾아다니는 거야. 같이 살기만 하면 쉬이 이루어질 줄 알았던 로망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듣도 보도 못한.


 신혼집 얻고 한 달도 안 돼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무섭게 번지는 역병을 지켜보며 우리의 일상은 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식당 가는 일은 되도록 피했다. 그렇다고 매끼를 해먹을 수는 없어서 밀 키트나 포장 주문으로 해결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1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제 감각을 잃어버린 느낌도 든다.

 삼겹살도 굽고 냉면도 삶고... 웬만한 음식은 다 집에서 먹어봤는데 딱 하나, 나가서 먹고 싶은 게 있었다. 짜장면과 탕수육. 물론 배달 넘버원으로 꼽을 만한 음식이지만 꼭 방금 볶은 짜장면, 갓 튀긴 탕수육을 먹고 싶었다. 우리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심했다.

 "가자. 오늘이다."

 

 어느 목요일 저녁, 원고 쓰다 말고 사다리 타기까지 한끝에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가고 싶었던 중국집은 걸어서 15분 거리. 저녁 시간을 피하려고 7시를 훌쩍 넘겨 밖으로 나갔다. 한낮의 뜨거웠던 열기가 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얼마 만에 식당 가는 거지?"

 "모르겠어. 거기 왜 포장은 안 될까."

 "그러게. 그럼 진작 먹었을 텐데."

 가게로 들어가 다른 손님과 멀찍이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짜장, 짬뽕, 탕수육은 아무래도 많을 것 같아서 짜장을 포기하고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마스크는 벗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수육이 나오자마자 소주, 맥주를 한 병씩 시켰다. 시원한 술에 바삭한 튀김을 깨무니 이거구나 싶었다. 어디 여행 온 것 같기도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다.) 우리가 이런 기쁨을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어느덧 가게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이제 곧 마감인데 드신 거 다 치우고 새롭게 시작하면 어떠냐는 사장님의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계산을 하고 나왔다.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나중에, 코로나 끝나면 어디 가고 싶어?"

 남편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당연히 오래전부터 가고 싶어 했던 영국을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음... 서울."

 "에?"

 기차 타면 1시간도 안 걸리는, 심지어 내가 재택근무 전까지 매일 왔다 갔다 했던 곳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실감이 났다.

 "내 마음의 고향 노량진 간지 엄청 오래 됐잖아. 학교 앞에 막창이랑 연희동에 해물누룽지탕도 먹으러 가고 싶어. 코로나 끝나면 제일 먼저 서울 가자, 서울."

 서울을 그리워하던 이 밤도 언젠가 웃으면서 얘기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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