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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Nov 11. 2021

엄마와 모르는 어린이

왕 귀여움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고 하면 대부분 ' 별로  좋아하는구나' 이런 반응이 돌아오는데  그렇진 않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좋아했고 지금도 귀여운 아기 사진이나 동영상이 눈에 띄면 한참 들여다본다. '그럼 하나 낳지 그러냐' 싶겠지만  이상이 궁금하지 않다. 임신, 출산, 육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자신도 의지도 없어서 딩크를 선택했고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SNS에 노키즈존 관련 글이 자주 보인다. 나는 주위에 어린이가 없고 (아마도) 내 생활 안에 들어올 일도 없겠지만  한때는 어린이였던 어른이 어린이를 거부한다는 건 스스로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카페에 갔다가 위험하기 때문에 루프탑은 어린이 손님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본 적이 있다. 이런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문 앞에서부터 노키즈존을 써 붙인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다. 우리는 누구도 차별할 권리가 없으므로.


  엄마, 아빠가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어젯밤 늦게 돌아오셨다. 강아지 혼자 빈 집을 지키고 있어서 퇴근하고 본가에 가서 잤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선물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춘식이 인형을 꺼냈다.

 "나 근데 춘식이 닮은 애기랑 사진 찍었다?"

 "에?"

 엄마가 휴대폰을 가져와서 사진을 보여줬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춘식이처럼 귀여운 꼬마가 엄마 옆에 서 있었다.

 "얘 누구야?"

 "몰라. 내가 눈 들고 사진 찍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자기도 눈 들고 오더니 나도 찍어주세요~ 같이 사진 찍어요~ 이러는 거야. 애기 아빠가 이리 오라고 하는데도 안 가더라고."

 "그래서 같이 찍은 거야?"

 "응. 내가 얼마나 웃었나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엽네?"


얼굴 그림 by 니니


 사진 속 엄마는 모르는 어린이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귀여운 꼬마가 더 많은 곳에서 친절과 배려, 사랑을 받고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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