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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Dec 22. 2021

강아지와 자가격리

보고 싶은 우리 개

 아빠는 나보다 일주일 늦게 확진됐다. 다행히 무증상에 가까웠지만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엄마와는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활하고 동생은 비어 있던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렇게 글로 한 줄 쓰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결정하고 실천하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순이는 동생-나-아빠-엄마 순으로 좋아한다. 다만 아빠, 엄마랑만 있으면서 자기에게 중요한 순간-이를테면 잠을 자거나 쉬가 마렵거나 배가 고플 때-에는 엄마한테 매달린다. 의식주(?)는 엄마에게 의지하면서 애교는 아빠한테 부리는 식이다. 염치가 좀 없는 편.


 아빠는 순이를 통해서 엄마가 감염될까 봐 순이와도 거리 두기를 해야 했다. 격리 기간 내내 마스크, 장갑을 끼고 생활했는데 그래도 순이를 안거나 쓰다듬을 수 없었다. 눈치 빠른 강아지도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는지 아빠가 보여도 다가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가격리가 뭔지 순이가 알면 좀 덜 힘들 텐데."

 "그치. 우리 순이도 고생이 많아."

 엄마가 보내주는 순이 사진, 동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할 수밖에 없었다.


 격리 기간 순이가 제일 궁금한 건 동생의 행방이었을 것이다. 순이가 우리 가족이 되고 둘이 이렇게 오래 못 만난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저 시간이 가기를,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빠를 비롯한 모두의 격리, 수동 감시가 끝난 날 집에 돌아온 동생을 보고 순이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고 한다.

 "오, 그럼 내가 가도 그렇게 좋아하겠지?"

 제일 먼저 확진돼 한 달 가까이 본가에 못 간 나는 은근히 기대했다. 그래도 내가 순이한테 2인자인데 얼마나 반겨주려나.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집에 다녀왔다.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우리 강아지가 버선발로 뛰어나오겠지 기대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털찐 시골 똥개가 멀찍이 서서 짖어 재꼈다.

 "언니 왔어, 순이야. 뭐야? 왜 이래?"

 "월월눵누워루널유ㅓㄹ월"

 얘가  이러나,  때문에 자기도 고생했다고 따지는 거야 뭐야 하고 있는데 동생이 뒤따라 나왔다. 그렇구나.   만에 오든   만에 오든 '주인님이 있는데' 언니 따위 관심 없겠지. 그래도 보니까  좋았다, 우리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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