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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Sep 30. 2021

강아지는 왜 엄마만 물까

똥개의 이중 생활

 며칠 전에 만난 엄마가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하소연을 했다.

 "코 옆에 털이 삐죽 서서 눈을 찌를 거 같더라고. 그래서 정리해주려고 했더니 갑자기 쫓아와서 발가락을 꽉 깨무는 거야."

 "또 물렸어?"

 "똥개 새끼 내가 욕을 안 할 수가 없어."

 이번이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다.


 말을 할 줄 몰라서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 집 똥개는 엄마를 자기 친구 또는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기분 나쁘면 제 주인인 동생도, 평소에 무서워하는 아빠도 물지만 유독 엄마를 자주 문다. 대체 왜 저러나 싶어서 찾아본 적이 있는데 '강아지가 엄마만 물어요' 이런 고민이 꽤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아, 우리 집 똥개만 그런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동생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 키우는 게 소원이었는데 엄마의 반대로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다. 엄마는 집의 쾌적함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털 날리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엄마가 동생이 데려온 조막만 한 강아지를 식구로 받아들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니다가 귀여운 옷이나 장난감이 있으면 꼭 하나씩 사 오는 건 엄마다. 얼마 전부터 간식을 먹으면 자꾸 토해서 당근, 브로콜리를 똥개가 먹기 좋게 손질해서 주는 사람도 엄마다. 싸우면서 든 정이 이렇게 무섭다.  

   

 명절 연휴가 끝난 지난주 목요일 오후, 엄마랑 아빠가 경치 좋은 곳에 갔다며 사진을 몇 장 보내왔다. 

 -어디 간 거야?

 -캠핑 왔어. 사람도 없고 조용해. 순이도 같이 왔어.

 -순이를 데려갔다고?

 똥개는 당당하게 의자까지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당당하 개

 

 엄마만 무는 똥개의 반전은 집 밖에만 나가면 엄마한테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는 제 몸에 손도 못 대게 하면서 낯선 곳에 가면 엄마만 죽어라 따라다닌다. 평소 엄마보다 좋아하는 아빠한테도 절대 가지 않는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엄마는 순이와의 첫 캠핑 후기를 이렇게 전했다.

 "밤에 화장실 가려니까 너무 무서운 거야. 아빠는 코 골고 자고. 계속 참을 수도 없어서 순이 끌어안고 갔지. '순이도 쉬해' 하니까 하더라고. 달이 참 밝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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