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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24. 2021

엄마가 아침마다 보내는 사진

오늘도 반가운 한 장

 얼마 전 엄마가 많이 아팠다.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을 응급실에 갔는데 그중 한 번은 상황이 급해서 119 구급대원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평일 낮, 회사에 있던 아빠 대신 구급차에 올랐다. 30년 넘게 보호를 받을 줄만 알았지 엄마의 보호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가운 엄마 손을 잡고 병원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길고 긴 일주일을 보내고 엄마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70까지도 못 살 것 같아. 안 되겠어."

 "응, 그럼 안 되지."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먹고 아빠 따라서 산에도 갈 거야."

 "와우!"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2년 전 수술을 받고 그만둔 상태였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던 엄마에게 이번 일은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아빠랑 가서 바로 등산화를 사며 의욕을 다졌다. 물론 당장 등산은 무리겠지만.     


 만날 때마다 아침 운동 짱이라고 자랑을 했더니 드디어 엄마도 집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심한 운동은 안 돼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정도이지만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특히 자전거로 달릴 때 바람이 참 좋다고. 엄마는 매일 '인증샷'을 보내고 있는데 주로 셀카, 가끔은 꽃 사진도 온다.

 "이 정도면 거의 인증샷 찍으려고 운동하는 거 같은데?"

 "에이, 겸사겸사하는 거지~"

 비슷한 시간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다 보면 꽃에 이리저리 카메라 렌즈를 대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만난다. 그러면 엄마 생각이 나서 한 번 웃게 된다.         


엄마 작품


 주룩주룩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오늘도 못 나가겠구나, 엄마 인증샷도 안 오겠구나 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전혀 예상 밖의 인증샷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 웬만한 반찬 가게에 다 있는 콩자반도 엄마가 보여주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지 이제는 안다. 어떤 사진이든 환영이니 인증샷 맨날 맨날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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