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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l 02. 2021

순이 언니는 울지 않아

아프지 마 우리 강아지

 중학교 2학년 초여름이 시작될 때쯤 10년 가까이 키운 거북이를 보냈다. 그때 나는 발목까지 오는 베이지색 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걸 왜 기억하냐면 일부러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나갔기 때문이다. 강가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 그 뒤로 내 손으로는 아무것도 키우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개 동생이 생겼다.      


 노화에 가속도가 붙은 나와 달리(...) 우리 똥개는 여전히 아기 같다. 벌써 9살인데 어디 가서 얘기할 때도 강아지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자꾸만 잊는다. 그러다가 한 번씩 아플 때면 아차 싶다.      

 

 "괜찮았는데 자꾸 다리를 절어. 병원 데려가 보려고. 결과 보고 알려줄게."

 며칠 전 엄마 전화를 받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유달리 길고 가는 다리가 어떻게 아프길래. 그날 오후 순이는 슬개골 탈구 진단을 받았다.      

 

 언제부턴가 내가 울면 남편은 자동으로 묻는다.

 "순이 아프대? 아파? 가볼까?"

 그 정도로 나는 똥개가 아프기만 하면 고장 난 수도꼭지였다. 그런데 뭐랄까. 이번에는 좀 마음이 달랐다. 슬개골 탈구를 불같이 검색하다가 손을 멈췄다. 

 순이가 아플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건 미안해서였다. 잘해준 게 없다는 자책감, 얼마나 아픈지 헤아릴 수 없는 무력감,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 등에 매번 시달렸다. 그럼 뭘 할 수가 없다. 우는 것 말고는. 그런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괴롭히는 일은 순이에게도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헤어짐을 향해 걷는 일이다. 똥개 언니가 되고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나중에 우리 순이 없으면 어떡하지."

 "최고로 보내줘야지."

 "그래도 똥개 복도 많아. 전생에 대륙을 구했어."

 "당연하지. 나 같은 언니를 만났는데."     


 며칠 전 생각지도 못한 휴가를 하루 받았다. 평일 대낮에 나타난 나를 보고 우리 개는 깡충깡충 뛰어나와 귀를 긁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환영받는 것도 동생 없을 때만 가능한 거라 한껏 생색을 냈다.  

 "언니 오니까 좋아? 언니가 최고지?"


다주택자 순이가 제일 좋아하는 집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조그만 귀를 조물조물 긁었다. 언젠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오늘 더 잘해야지. 우리 순이도 언니 마음을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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