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코로나에 걸렸다. 마른기침으로 시작해 익숙한 감기 증세가 나타났고 내과에 갔더니 검사를 한번 받아보라고 했다.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당연히 코로나는 아닐 줄 알았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검사 다음 날 음성이면 문자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가족이 있으면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원할지 재택 치료를 받을지 정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같이 있던 남편과 이틀 전 잠시 만났던 부모님, 동생이 검사를 받으러 갔다. 회사에도 연락을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도 나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죄송하다는 말부터 나왔다. 동료들은 검사 후 자택 대기를 했고 나는 지난 일주일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적어서 회사 내 담당 부서와 보건소에 전달했다.
"선생님, 저는 어디서 걸린 걸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밖에서 누굴 만난 적도,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도 없었다. 집-역-회사-역-집을 매일 오간 게 다였다. 내 물음에 보건소 직원은 동선을 보니 찾기 어렵겠다고 했다.
당장은 입원이 안 된다고 해서 그럼 어쩌나 고민하는 사이에 남편도 확진 연락을 받았다. 이미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내가 전화를 받았을 때와는 충격의 강도가 달랐다. 남편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코로나보다 더 아팠다.
"미안해."
멀찍이 떨어져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으면서 양팔을 벌렸다.
"이리 와. 이제 같은 확진자인데 한번 안아보자."
잠시 만났던 아빠까지 확진됐고 엄마와 동생은 음성이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더, 그 아픈 검사를 받아야 했다. 가족 단체 대화방에 여러 번, 같은 말을 적었다.
-나 때문에 미안해
-내가 안 걸렸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정말 미안해
평소에는 농담이 8할인, 이번에 누구보다 힘들었을 아빠의 메시지가 나를 울렸다.
-이건 누구 잘못도 아니야 우리 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꼈잖아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격리도 끝났고 힘든 시간은 어느 정도 지나갔지만 아직 부모님, 동생 얼굴을 보지 못했다.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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