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Dec 14. 2021

확진자의 말

미안해요

 코로나에 걸렸다. 마른기침으로 시작해 익숙한 감기 증세가 나타났고 내과에 갔더니 검사를 한번 받아보라고 했다.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당연히 코로나는 아닐 줄 알았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검사 다음 날 음성이면 문자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가족이 있으면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원할지 재택 치료를 받을지 정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같이 있던 남편과 이틀 전 잠시 만났던 부모님, 동생이 검사를 받으러 갔다. 회사에도 연락을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도 나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죄송하다는 말부터 나왔다. 동료들은 검사 후 자택 대기를 했고 나는 지난 일주일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적어서 회사 내 담당 부서와 보건소에 전달했다.

 "선생님, 저는 어디서 걸린 걸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밖에서 누굴 만난 적도,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도 없었다. 집-역-회사-역-집을 매일 오간 게 다였다. 내 물음에 보건소 직원은 동선을 보니 찾기 어렵겠다고 했다.


 당장은 입원이  된다고 해서 그럼 어쩌나 고민하는 사이에 남편도 확진 연락을 받았다. 이미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내가 전화를 받았을 때와는 충격의 강도가 달랐다. 남편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코로나보다  아팠다.

 "미안해."

 멀찍이 떨어져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으면서 양팔을 벌렸다.

 "이리 와. 이제 같은 확진자인데 한번 안아보자."


 잠시 만났던 아빠까지 확진됐고 엄마와 동생은 음성이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더, 그 아픈 검사를 받아야 했다. 가족 단체 대화방에 여러 번, 같은 말을 적었다.

 -나 때문에 미안해

 -내가 안 걸렸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정말 미안해

 평소에는 농담이 8할인, 이번에 누구보다 힘들었을 아빠의 메시지가 나를 울렸다.

 -이건 누구 잘못도 아니야 우리 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꼈잖아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격리도 끝났고 힘든 시간은 어느 정도 지나갔지만 아직 부모님, 동생 얼굴을 보지 못했다.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사진 출처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71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근무와 헤어지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