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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Feb 09. 2022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생각한 것들

주절주절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엄청 쫄리는 날을 보내고 있다. 쫄릴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물론 핑계다) 일과 중에는 시간을 더 내기가 어려워서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또 핑계다.)     


 다짐을 하고 며칠 만에 4시에 눈이 떠졌다. 남편 도롱도롱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멀뚱멀뚱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방으로 왔다. 보름 전쯤 이사를 했다. 혼자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몇 년 만에 번듯한 나만의 책상도 들였다. 이 정도 갖췄으면 공부가 엄청 잘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착각이었다. 2인용 책상을 열 명이 쓰는 것처럼 어질러 놓기만 했다. 등 뒤에는 아직 풀지 못한 박스가 산처럼 쌓여 있다. 뜯어만 놓은 박스 틈새로 2년 전 남편한테 쓴 편지가 있어서 펼쳐보았다. 

 "와씨..."

 새벽 갬성으로도 신혼 갬성은 이겨낼 수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 눈...


 간단하게 체조를 하고 어제 못한 공부를 해치웠다. 책상도 약간 정리했다. 집이 넓어지니 남편 잘 때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서 참 좋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깬 남편 배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방으로.

 아직 커튼을 달지 못했다. 책상을 일부러 창 앞에 놨는데 서서히 날이 밝아 오는 게 보인다. 이 시간쯤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잘 살고 있는 건가 나는 어디로 가는 건가. 답은 알 수 없다.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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