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엄청 쫄리는 날을 보내고 있다. 쫄릴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물론 핑계다) 일과 중에는 시간을 더 내기가 어려워서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또 핑계다.)
다짐을 하고 며칠 만에 4시에 눈이 떠졌다. 남편 도롱도롱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멀뚱멀뚱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방으로 왔다. 보름 전쯤 이사를 했다. 혼자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몇 년 만에 번듯한 나만의 책상도 들였다. 이 정도 갖췄으면 공부가 엄청 잘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착각이었다. 2인용 책상을 열 명이 쓰는 것처럼 어질러 놓기만 했다. 등 뒤에는 아직 풀지 못한 박스가 산처럼 쌓여 있다. 뜯어만 놓은 박스 틈새로 2년 전 남편한테 쓴 편지가 있어서 펼쳐보았다.
"와씨..."
새벽 갬성으로도 신혼 갬성은 이겨낼 수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 눈...
간단하게 체조를 하고 어제 못한 공부를 해치웠다. 책상도 약간 정리했다. 집이 넓어지니 남편 잘 때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서 참 좋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깬 남편 배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방으로.
아직 커튼을 달지 못했다. 책상을 일부러 창 앞에 놨는데 서서히 날이 밝아 오는 게 보인다. 이 시간쯤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잘 살고 있는 건가 나는 어디로 가는 건가. 답은 알 수 없다.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