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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18. 2022

엄마 대신 티켓팅

엄마, 나야? 영웅이야?

 영화 <주토피아>에는 '플래시'라는 친구가 나온다. 화면에 나오는 순간 귀여워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나무늘보인데 참 성실하게 느리다. (마지막에 엄청나게 빠른 차를 타고 등장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많고 많은 캐릭터 중 나무늘보에 빠진 나는 꽤 오랫동안 플래시를 프로필 사진으로도 해놨었다.     


플래~시


 나무늘보가 좋았던 건 동질감을 느껴서 아닐까. 같이 일했던 피디는 나를 거북이라고, 또 같이 일했던 메인 작가님은 김늘보라고 불렀다. 나는 성격이 엄청 급하고 불같지만 행동은 좀 느린, 모순덩어리 그 자체다?     


 임영웅 단독 콘서트 티켓팅 참전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거북이, 김늘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다닐 때도 늘 수강 신청을 말아 먹고 과사에 가서 사정사정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티켓팅, 아니 피( 튀기는 티)켓팅이 웬 말인가. 작년에 미스터트롯 콘서트도 내 친구 니니가 성공한 거였다. 애초에 나는 버리는 카드(!)였던 것이다.


 "후기 보니까 엄청 치열하다고 하더라고. 파이팅 해~"

 내 사정과 별개로 엄마는 몹시 기대하는 눈치였다. '안 돼도 할 수 없지' 같은 빈말은 하지도 않았다. 티켓팅 30분 전부터 PC방에서 대기하던 니니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작년에도 가지 말았어야 했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 너무 쫄려     


 퇴근하고 터덜터덜 집에 가던 나는 티켓 오픈 5분 전 걸음을 멈추고 안경을 꺼내서 썼다. 휴대전화 상단에 시계를 노려보고 있자니 약간 손이 떨렸다. 그리고 2분, 1분...

 시간에 맞춰 예매 버튼을 눌렀다. 대기 5,800명. 이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새로 고침을 누를까 하다가 그냥 있어보기로 했다. 한참 기다렸다가 원했던 좌석보다 뒤쪽 두 자리를 예약했다. 어차피 니니가 좋은 자리로 했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했어? 했어?

 한동안 답이 없던 니니에게 사진 한 장이 왔다.       


몇 년 만에 PC방에 간 니니

        

 나 같은 똥손이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기쁜 소식을 바로 엄마에게 알렸다.

 "대박!! 연락이 없길래 못 한 줄 알았는데! 너무 고마워어어어어어~"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묻고 싶었다. 엄마, 나야? 영웅이야? 궁금하지만 대답은 듣고 싶지 않은 딸내미 마음이란.     


콘서트를 기다리는 엄마.jpg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4aUC1VZQE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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