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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l 07. 2022

콘서트 간 엄마를 기다리며

임영웅 단독 콘서트 후기

 피 튀기는 티켓팅 후 두 달이 가까이 흘렀다. 그날이 오긴 오려나 했는데 진짜 왔다. 지난주 엄마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영웅 님 콘서트를 보러 다녀왔다.    

 

 공연 시작 5시간 전, 예약해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로비에 들어서니 파란색 티를 맞춰 입은 엄마 또래분들이 앉아 계셨다. 내 친구 니니와 니니 어머님과 만나 객실로 들어갔다. 일거리를 싸 들고 온 내가 노트북 앞에 앉아 끙끙대는 동안 니니가 엄마들 핸드폰에 응원봉 앱을 설치해 드리고 영웅 님 노래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렸지만 잡힐 기미가 안 보였다. 결국 니니 차로 가야 했는데 차가... 차가... 엄청나게 밀렸다. 10분도 안 걸릴 거리를 20분이 넘도록 서 있었다. 결국 엄마들과 내가 먼저 차에서 내리고 니니가 어딘가에 주차를 하고 오기로 했다.     

 

 엄마들은 작년 미스터트롯 콘서트 때 굿즈 구경의 재미를 알아버리셨다. 이번에도 최대한 일찍 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 하셨는데 나 때문에 너무 늦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니니 어머님만 급하게 파란색 마스크를 사고 사진 몇 장 찍고 공연장에 바로 들어가셔야 했다. 엄마는 예쁜 주머니에 소중하게 보관해둔 카드형 티켓을 꺼냈다. 심술쟁이 아빠가 콘서트 못 가게 숨길까 봐 옷장 서랍에 꽁꽁 감춰놨다고 한다.

 "마스크 절대 벗지 말고 재밌게 보고 와~"

 "응, 이따 만나~"

 엄마들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공연장을 나왔다.   곳에 차를 대고  니니와 만났다. 어쩐지 기진맥진해져 버렸다.     


 엄마들을 대신해 굿즈 파는 곳을 살펴보았다. 뭘 좋아하실지 가늠이 잘 안돼서 영웅 님 얼굴이 들어간 큰 종이가방과 슬로건을 하나씩 샀다. 공연 끝날 때까지 2시간 반을 뭐하나. 술 먹어야지. 니니와 나는 칼국수 집에 가서 조개탕에 해물파전을 시켰다. 종이가방을 본 사장님이 물었다.

 "콘서트 보러 오신 거 아니에요?"

 "저희 말고 엄마들이 보러 가셨어요."

 우리는 천천히 소주를 마시며 두 달 전 티켓팅부터 오늘까지의 회포를 풀었다.


 식당에서 나오니 공연이 1시간은 더 남아 있었다. 올해의 첫 빙수를 먹어보자며 카페를 돌아다녔는데 가는 데마다 영업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나 재료가 없었다.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하드를 사서 먹으며 공연장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처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 되게... 공항 같다."

 니니 말을 듣고 보니 모두 문 쪽을 보고 있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입국장 풍경이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저 안에서 재밌게 보고 있을까. 몇몇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끝난 건가! 영웅 님을 응원하는 머리띠, 손수건 등을 두른 어르신들 얼굴이 참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이 열고 나온 문틈 사이로 노랫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마 엄마는 영웅 님을 계속 볼 수 있다면 1박 2일도 거뜬했을 텐데 소주 먹고 더위에 지친 딸은 그냥 좀 눕고 싶었다. 1시간 넘게 서 있었더니 어디든 앉고 싶었다. 콘서트 간 엄마를 기다리던 나의 얕은 인내심을 결국 바닥을 드러냈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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