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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l 08. 2022

영웅결의

임영웅 단독 콘서트 '뒤풀이' 후기


 '와, 이제 더는 못 기다리겠다' 싶을 때쯤 엄마들이 손에 방석을 하나씩 들고나오셨다. 저녁 먹으면서 영웅이가 방석을 준다고 하셔서 웬 방석? 했는데 그게 그 방석이었다. 미리 알고 산 건 아닌데 영웅 님 종이 가방에 방석을 넣으니 크기가 딱이었다.


 호텔에 들어와서 씻고 한숨 돌리니 12시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치킨을 배달시켜 니니네 방에 넷이 모였다. 술을 못 마시는 엄마는 갈배 사이다를, 나머지 세 잔은 소주를 채워 짠을 했다.

 "2시간 반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어."

 "무대에서 너무 멀지 않으셨어요?"

 "가깝지는 않았는데 큰 화면이랑 영웅이랑 번갈아 가면서 봤지."

 역시 악착같이 VIP석으로 예매를 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이렇게 뒤풀이하니까 너무 좋네요. 작년에는 바로 집에 가서 좀 그랬는데."

 "맞아요, 맞아."

 코로나 때문에 콘서트 보러 가는 것 자체도 꺼려졌던 작년에 비하면 상황이 더 나아졌... 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런 날이 왔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뒤풀이는 즐거워


 영웅 님 노래를 틀어놓고 엄마들의 콘서트 후기를 듣던 중 갑자기 니니 어머님이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말씀하셨다.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좋지?"

 "... 제가요?"

 "아니~ 난 너한텐 관심 없어. 당연히 영웅이지ㅎㅎㅎㅎㅎ"

 "... 이번이 마지막 콘서트에요, 어머님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 다음에도 예매해 줘야지~"

 분명히   전에 피켓팅하고 다시는  한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니니와 나는 다음 티켓팅 걱정을 시작하...


 나는 영웅 님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노래도 많이 들어보지 않았지만 이번에 엄마와 1박 2일을 보내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노래를 들으며 힐링도 하고 영웅 님을 좋아하는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또 티켓팅 하나로 효녀 딸이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영웅 님이 아니었으면 내 친구 니니네와 모녀 동반으로 이렇게 모일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우리의 뒤풀이는 새벽 2까지 이어졌다.


 두 번째 모녀 동반 모임은 다음 콘서트(!)를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니니와 나는 한 달에 2만 원씩, 오로지 콘서트를 위한 계를 만들었는데 이름은 '영웅결의'로 정했다. 삼국지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이만큼 마음을 모았으면 이 정도 이름은 붙여도 되지 않을까. 다음 티켓팅도 파이팅하자, 니니야!


엄마 사랑해요♡


photo by 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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