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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05. 2022

우리 집 강아지 손님

또 오세요

 지난 주말 부모님이 부부 동반 여행을 가셨다. 동생은 여자친구랑 짧은 휴가를 떠났다. 그래서 강아지 혼자 남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강아지 돌보미가 되었다. 토요일 아침 7시 반, 엄마한테 순이를 넘겨받았다. 물통, 사료와 간식 조금, 배변 패드가 든 가방도 함께.

 "순이 때리지 말고 잘 봐~"

 "아, 때리긴 누가 때려."

 "순이 안녕~"

 아빠가 운전석에서 순이한테 인사를 했다. 아빠는 딸바보보다 개바보(발음 주의)에 가깝다.   

  

 우리 집은 올해 초 입주한, 이제 반년 정도 된 새 아파트다.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마룻바닥에 순이를 내려놓자니 영 불안했다. 혹시나 해서 기저귀를 채웠고 아니나 다를까 거실부터 침실까지 킁킁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화장실 앞에서 쉬를 했다. 기저귀가 마루를 구했다.     


 할 일이 있어서 나는 책상 앞에, 순이는 며칠 전 엄마가 마트에서 사 온 방석에 앉았다. 낯설어서 낑낑대지 않을까 했는데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점 자세가 편해지고... 아예 옆으로 드러누웠다. 우리 눈에는 여전히 조그만 강아지지만 순이도 올해로 열 살, 이제 병원에 가면 노견이라고 한다. 할머니의 기운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했다.     


 점심 먹기 전 월말 정산을 위해 남편 방에 모였다. 당연히 순이도 따라와서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순이도 왔어?"

 "여기가 형부 방이야~"

 남편과 순이는 4년 넘게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등 한 번 쓰다듬을 수 없는-손가락 잘릴지도 모른다-애매한 관계다.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동안 순이는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았다.

 

 낯선 곳에서 잘 못 자는 순이를 위해 그날 저녁 본가에서 자고 다음 날 집에 돌아왔다. 며칠 전 엄마가 떡볶이를 먹으면서 해준 얘기가 생각났다.

 "TV에 어떤 엄마랑 딸이 나왔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아팠나 봐. 13년인가 키우고 보냈다면서 울더라고. 근데 나도 눈물이 나는 거야. 우리 쮸니 쓰다듬으면서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 그러는데…."

 "아유, 참 뭘 그랬어."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했었다. 그런데 반나절 손님이 앉았던 자리를 보고 있자니 엄마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프지 말자, 우리 강아지. 또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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